간만에 날이 풀린 덕에 달을 자세히 찍어 봤습니다.
구경 127mm 망원경으로 얻을 수 있는 해상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했습니다.
날씨는 투명도는 좋은 편이었지만,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 탓인지 시상도 좋은 편은 아니었고요. 그래도 구석에서 바람을 피해가며 노출 시간을 10ms 이하로 짧게 주고, 영상을 길게 녹화했더니만, 그럭저럭 볼만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작은 구경 탓에 150mm 망원경보다는 선명도가 떨어지긴 합니다.
사진은 여러 장을 찍어 하나로 합쳤습니다. 결과가 사각형으로 깔끔하게 떨어지진 않지만 나름의 재미는 있는 듯해 그대로 두었습니다. 색상은 자연스러움을 많이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강조해 보았습니다.
실제 달의 지형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확인하기 쉽도록 100km 척도도 함께 넣고, 지명을 붙인 그림도 추가했습니다.
봄이 오면 조금 더 자주 촬영해 보아야겠습니다.
사진은 눌러서 크게 보시면 좋습니다.
- 촬영 일시: 2021. 2. 22. 23시 무렵(KST)
- 촬영 장소: 서울
- 망원경: Celestron C5 XLT, GSO 2.5x 확대렌즈
- 가대: Skywatcher AZ-GTi 경위대
- 카메라: ZWO ASI224MC
- 촬영 노출: 노출 10ms로 45초간 영상 촬영, 상위 50% 합성
1. 코페르니쿠스 운석공 주변
코페르니쿠스 운석공 주변. 반달과 보름 사이에 가장 멋있게 보이는 운석공입니다. 비의 바다 주변을 둘러싼 산맥과 달에서 많지 않은 돔 구조, 줄을 이어 늘어선 작은 운석공열까지, 볼거리가 많은 지역입니다.
2. 무지개의 만과 플라톤 운석공, 알프스 계곡
무지개의 만과 플라톤 운석공, 알프스 계곡. 색 구성이 가장 극적으로 바뀌는 지역입니다. 비의 바다는 겉으로 보아선 평범하고 커다랄 뿐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역사를 가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곳도 바다를 둘러싼 산맥, 계곡 같은 다양한 지형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각양각색의 그림자 덕에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플라톤 운석공 내부에 자리잡은 작은 운석공과 알프스 계곡 바닥의 가느다란 개울의 흔적이 보입니다.
3. 비의 바다 주변, 3개의 바다가 만나는 곳
역시 비의 바다 주변입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반달을 조금 지난 시점에서 가장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지역인 까닭에 비의 바다 주변을 주로 찍었습니다. 3개의 커다란 운석공과 산맥 부근에 자리잡은 섬세한 세부가 멋진 곳입니다. 두 번째 사진 오른쪽 아래와 이 사진의 오른쪽 위는 서로 이어지는 지역입니다.
4. 달의 남쪽
달의 남반구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주는 지역입니다. 달 전체를 가로지르는 빛살의 중심에 있는 운석공인 티코와 내부에 어러 개의 커다란 운석공을 품은 거대한 규모의 클라비우스 운석공 주변입니다. 이 지역은 밀집한 운석공 덕에 날카로운 그림자가 져서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지만, 운석공을 제외하면 별다르게 특징 있는 지형이 없어서 단조로워 보이기도 하는 곳입니다. 지표 물질도 서로 비슷한지, 색을 강조해도 진하게 드러나진 않습니다. 갈색 기운이 스민 배경 사이로, 티코에서 뻗어나가는 빛줄기를 따라 푸른 기운이 살짝 비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