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삼아 UHC 필터를 태양 관측에 이용하면 어떨지 실험해 보았습니다.
광대역 필터라 크게 도움이 되진 않을 듯 했지만, UHC 필터는 태양 복사가 가장 강한 영역(녹색)의 파장을 차단하고, 적색과 청녹색 계열의 파장만 통과시키는지라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태양광의 파장 분포(출처: 위키피디아)와 옵토롱 UHC 필터의 투과 파장(출처: 옵토롱 홈페이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UHC 필터는 단독으로 쓰면 태양 관측에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오히려 표면 무늬의 대비가 낮아여 관측이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UV-IR Cut 필터를 UHC 필터와 함께 쓰면 대비가 낮아지지 않습니다. 백반이 조금 더 강조되고 미립반의 무늬가 조금 다르게 나타나는 정도로 영상의 특징이 조금 달라집니다. 백반을 강조하는 용도로는 UHC 필터를 추가로 사용하는 편이 더 좋아 보입니다. UHC 필터를 단독으로 썼을 때 대비가 낮아진 원인은 옵토롱 UHC 필터가 적외선을 잘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비교를 위해 사진을 촬영해 비교했습니다. 태양필터는 백색광을 그대로 보여주는 바더(Baader) 사의 필름형 필터를 썼고, 옵토롱에서 만든 UHC 필터를 장착했을 때와, 스보니(Svbony) 사의 UV-IR Cut 필터를 장착했을 때를 비교했습니다.
- 촬영 일시: 2022. 1. 22.
- 망원경: 60mm ED 자작 굴절(유효구경 45mm)
- 필터: 바더(Baader) 필름형 태양 필터
- 보정렌즈: Baader Hyperion 2.25배 바로우렌즈(전체)
- 가대: AZ-GTi 경위대
- 카메라: ZWO ASI224MC
- 소프트웨어: ASICap, AutoStackkert 3, Photoshop
UHC 필터를 이용하여 촬영한 사진(왼쪽)과 UV-IR Cut 필터를 이용하여 촬영한 사진(오른쪽)
보다시피 UHC 필터만 썼을 때에는 태양의 백반과 흑점이 덜 선명하게 보입니다. 다른 지역과의 밝기 차이가 줄어서 눈에 덜 띕니다. 그러나 UV-IR Cut 필터만 쓰면 무늬가 더 선명하게 도드라집니다. 필터를 하나만 쓴다면 UV-IR Cut 필터만 쓰는 편이 좋아 보입니다.
UHC 필터를 이용하여 촬영한 사진(왼쪽)과 UV-IR Cut 필터를 이용하여 촬영한 사진(오른쪽)
UV-IR Cut 필터와 UHC 필터를 함께 쓰면 결과가 조금 달라집니다. 이 사진에서는 둘 사이에 대비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미립반의 모습이 조금 다르게 나타납니다.
UHC 필터를 이용하여 촬영한 사진(왼쪽)과 UV-IR Cut 필터를 이용하여 촬영한 사진(오른쪽)
다른 예입니다. 이 사진은 둘이 제법 다릅니다. 태양 가장자리에 있는 백반은 UHC 필터를 쓴 쪽이 더 선명하고 잘 드러납니다. 미립반도 UHC 필터를 쓴 쪽이 더 잘 나타납니다만,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선명도는 두 사례 모두 UHC 필터를 추가로 쓴 쪽이 더 좋습니다. 이 부분은 초점 조절 문제인지, UHC를 써서 대물렌즈의 색수차의 영향을 조금 줄여준 덕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추가로 촬영을 해 보아야 확인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요약한다면 UV-IR Cut 필터를 함께 쓰는 경우에 한해서 UHC 필터를 함께 써도 좋을 듯 합니다. 백반이 더 잘 드러나고,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는 조심스럽지만, 예시로 든 사례에서는 선명도도 더 좋습니다(이 부분은 굴절 망원경과의 조합에서 비롯된 특성일 수 있음). 그러나 녹색 파장대의 빛이 상당량 차단되어 노출 시간을 더 늘여주어야 하므로(날씨가 좋다면 노출 증가는 문제가 거의 안 되긴 합니다), 환경에 따라 적절히 사용해 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