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활동하는 카페에서 저렴한 가격에 삼양 500mm F8 Preset 망원렌즈를 내놓으신 덕에 구했습니다. 가끔 해나 달 촬영에도 쓰고, 간단한 휴대용 망원경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들였는데요.
광학성능은 아크로매틱 렌즈로는 괜찮은 편이고, 500mm라는 초점거리에 비해 크기도 작은 편이라 휴대성도 뛰어난 편입니다.
사양은 초점거리 500mm, 구경비(F수)는 8~32입니다. 포함된 익스텐더를 쓰면 초점거리는 1000mm로 바뀝니다.
렌즈 구성은 4군 4매인데, 단초점렌즈가 대물렌즈군(2매)을 이루고 후면에 2매 구성인 바로우렌즈 겸 필드플레트너가 설치된 구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효구경은 구경비로 계산하면 62.5mm입니다.
카메라 연결부는 T2 규격(M42x0.75)입니다.
무게는 640g인데, 몸체가 금속인 60mm 급 망원경으로는 상당히 가벼운 편입니다.
적당한 위치에 삼각대 고정장치가 있습니다.
망원경으로 쓰려면 T2-31.7mm 어댑터를 쓰면 됩니다.
접안렌즈를 바로 장착하면 근거리, 원거리 모두 초점이 잘 맞지만, 천정미러나 정립프리즘은 초점 여유가 없어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쌍안장치에 쓰는 1.6배 바로우렌즈를 천정미러 앞에 달면 초점거리에 충분히 여유가 생깁니다. 다만 안 그래도 긴 편인 초점거리가 더 길어지는데, 아마 1.4배 정도로 늘어난 700mm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점거리가 길어서 낮은 배율을 얻기 어려운 까닭에 파인더로 쓸 장치가 필요하지만, 따로 보조장치를 달 수 있는 부분은 없습니다. 양면테이프를 이용해서 경통에 붙여서 쓰든가 해야 합니다.
저는 사진처럼 등배 파인더를 경통에 양면테이프로 붙이고, 천정미러(1.6배 바로우렌즈 사용)를 설치한 다음 카메라 삼각대에 얹어 봤습니다. 이 구성이면 간단히 달을 관측하는 용도로는 괜찮은 성능이 나옵니다. 100배 정도의 배율은 충분히 버텨 줍니다. 무척 가벼워서 이동성도 좋고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점조절 장치인데요.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약간 뻑뻑해집니다. 조작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부드럽진 않습니다. 또 위치가 망원경 앞부분이라 불편합니다. 관측을 하다 초점을 바꿔야 하면 팔을 앞으로 쭉 뻗어야 합니다. 동작이 불편하다 보니 초점 조절 때 진동도 더 많이 생깁니다.
광학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기 위해 달을 촬영해 봤습니다. 자동 추적이 되는 경위대에 행성용 카메라(ASI224MC)를 장착해서 촬영했습니다. 촬영은 둘 모두 2배 확대렌즈를 써서 1000mm 상태로 했는데, 렌즈 구성은 다릅니다. 두 사진 모두 6장을 모자이크로 합성했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렌즈에 세트로 포함된 2배 익스텐더를 썼습니다. 선명도는 60mm 망원경에 걸맞는 수준으로 괜찮지만, 색수차는 제법 많이 보입니다. 훌륭하지만, 도드라지는 색수차가 조금은 아쉽습니다.
< 삼양 500mm F8 Preset 렌즈 + 기본 2배 익스텐더. 선명하지만 색수차가 제법 보입니다. >
두번째 사진은 ES 2배 익스텐더를 썼습니다. 확대율은 기본 2배 익스텐더보다 살짝 더 높습니다. 첫번째 사진과 비교하면 색수차가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선명도는 비슷한 것 같지만, 초점이 살짝 어긋나 있습니다. 추후에 다시 촬영을 해 봐야겠습니다.
< 삼양 500mm F8 Preset 렌즈 + ES 2배 익스텐더. 색수차가 기본 익스텐더보다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입니다. 초점은 살짝 안 맞는 느낌입니다. >
약간의 부속품이 필요하지만, 망원경으로 쓰기에 전체적으로 가격 대비 상당히 훌륭합니다. 아무 부속품도 없는 상태에서 망원경으로 쓰라고 권하긴 어렵지만, 이미 관련 부속품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면 꽤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렌즈로는 어떨지 사용을 해 봐야 알겠지만, 망원경으로 훌륭한 장비라면 사진용으로도 아마 꽤 괜찮을 겁니다. ED 렌즈를 쓴 장비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여러모로 유용하게 쓸 장비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