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빅센에서 미니 포르타(Mini Porta)라는 경위대를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때 인기가 높았던 포르타 경위대를 작게 축소해 만든 것인데요. 작은 망원경에 적당한, 미동 조절이 가능하면서도 휴대성이 뛰어난 경위대를 목표로 했던 제품입니다. 그러나 지지하중이 작고, 외포크식 가대라는 특성상 휴대성이 뛰어난 편은 아닌데다, 다른 자잘한 문제도 있었던지라 평가가 좋지는 않습니다.
스파르타 WD-006 경위대
이런 상황에서 미니 포르타의 복제품이 등장했습니다. 스파르타 경위대(WD-006)가 그것인데요. 사양만 보면 원본보다 지지하중이 크고 괜찮아 보입니다. 과연 복제품은 원본의 단점을 극복하는데 성공했을까요?
1. 기본 사양
스파르타 경위대(WD-006)는 소형 외포크식 경위대입니다.
손잡이를 분리한 상태에서 본체의 크기는 높이 약 20cm, 가로폭과 세로폭은 약 17cm입니다. 고도 조절방향의 회전축과 몸체 사이의 최단거리는 약 9cm이며, 무게는 약 1.5kg(손잡이 포함)입니다. 외포크 방식으로는 작은 편입니다.
이 경위대의 가장 큰 특징은 방위각과 고도 조절축 모두 프리스탑과 미동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각각의 회전축에는 고정볼트와 미동조절 핸들이 하나씩 있습니다. 미동조절 핸들은 길이가 10cm 정도이며, 무두볼트를 이용해 탈착이 가능합니다. 핸들 재질은 검은 손잡이 부분을 제외하면 금속입니다. 검정색의 프리스탑 고정 볼트는 한쪽으로만 손잡이가 나 있으며, 손잡이의 방향은 사용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자유롭게 바꿔줄 수 있습니다.
도브테일 홀더와 미동조절 핸들
빅센 호환 규격의 도브테일을 지원하며, 도브테일 홀더에는 고정나사와 미끄럼 방지 안전 볼트가 있어서 망원경을 단단하게 잡아줍니다.
경위대 수평축에 있는 공구 보관 공간
경위대 하단의 수평축 위에는 육각 렌치 수납을 위한 공간이 있습니다. 수납 공간은 부드러운 고무 재질의 덮개를 열면 나타나는데, 자석이 설치되어 있어서 육각렌치를 분실하지 않도록 잡아줍니다. 기본으로 포함된 렌치는 미동 핸들을 고정하는데 사용합니다.
경위대는 3/8인치 규격으로 연결되므로 일반 사진용 삼각대에 설치하하여 사용합니다. 삼각대는 지지하중이 5kg 이상인 제품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본체의 재질은 손으로 잡는 부분 일부를 제외하면 전부 알루미늄입니다.
2. 지지하중
판매사에 따르면 지지하중이 10kg이지만, 터무니 없이 과장된 값입니다.
실제의 지지하중은 1.5~2kg에 불과하며, 3~4kg의 망원경을 설치하면 무게가 한쪽으로 쏠리며 수평축을 잡아주는 고정너트가 풀리는 현상이 생깁니다.
무게도 무게이지만, 이 경위대는 크기가 작아서 무게가 10kg의 망원경은 실질적으로 탑재가 불가능합니다. 경통의 지름이 11cm 이상인 망원경은 경위대의 몸체와 간섭을 일으키므로 설치와 사용이 불가능한데, 이 정도 크기의 경통은 보통 구경이 10cm를 넘지 않습니다.
3. 잘 어울리는 경통
스파르타 경위대(WD-006)는 부속품을 모두 설치한 상태에서 무게가 2kg 이하인 망원경은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습니다. 외팔 지지방식이라 진동에 취약하므로 장초점보다는 단초점 망원경과 더 잘 어울리고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망원경으로는 80~90mm 막스토프 카세그레인, 80mm 이하의 가벼운 단초점 굴절(60mm 굴절이나 오리온 ST 80mm 같은 짧고 가벼운 경통)입니다.
60mm 단초점 굴절망원경과 80mm 막스토프 망원경을 설치한 모습. 구경이 작고 길이가 짧은 경통은 아주 안정적으로 설치됩니다.
장초점 망원경도 경통 무게가 1kg 이하인 보급기들, 예컨데 요시맨 70mm 굴절과 동급의 망원경은 충분히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다만 길이가 긴 경통은 천정 부근의 천체를 관측할 때 삼각대와 간섭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별도의 피어가 필요합니다.
구경 102mm 막스토프 망원경을 설치한 모습. 경통 지름이 116mm인데 공간에 여유가 없습니다. 망원경이 천정 부근을 향하면 경통과 미동 핸들이 서로 닿아서 사용이 불편해집니다.
그러나 구경 80mm 이상의 장초점 굴절, 100mm 이상의 막스토프/뉴턴 반사는 버겁습니다. 구경이 70~80mm이지만 듀얼 포커서가 장착된 고급 아포크로매틱 망원경도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이 정도의 망원경은 경통의 무게만 2kg을 상회하고 지름도 큰 편이라 경위대의 구조물과 간섭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으므로 사용이 어렵습니다.
4. 작동
적당한 하중의 망원경을 탑재하는 경우에는 꽤 쓸만합니다.
조동이 아주 부드럽거나 회전축의 움직임이 아주 부드럽거나 균일하지는 않지만(회전 중 일부 구간에서 조금 뻑뻑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사용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미동은 방위축과 고도축 모두 부드럽게 작동합니다. 경위대 조작 후 떨림은 장초점 망원경도 5초 이내에 사라집니다.
프리스탑 고정 볼트는 손잡이의 방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조작에 편한 위치로 두면 운용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5. 수평축 개조
이 경위대의 최대 약점은 약간 무거운(3~4kg) 망원경을 탑재했을 때 수평축을 고정해주는 볼트가 풀어져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망원경의 무게가 한쪽 팔에 실리면서 경위대의 상부가 기울어지고, 이때 수평축 고정 너트의 한쪽 방향으로 마찰력이 크게 걸리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구조상 완전히 풀리진 않으므로 경위대가 분리되는 불상사가 생기지는 않지만, 상부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으므로 진동이 크게 증가합니다. 가대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생기는 문제로 설계 결함에 가깝다고 봅니다.
경위대의 수평축. 왼쪽은 망원경을 지지하는 팔을 분리혀면 나오는 수평축 고정 너트(개조 후의 모습). 오른쪽은 경위대 하단의 삼각대 연결부.
이 문제는 경위대의 수평축에 마찰베어링을 약간 추가하고(플라스틱 베어링과 와셔 1개를 추가), 고정 볼트의 아래위 방향을 바꿔 끼운 다음 강력접착제로 고정시켜주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사진 왼쪽). 이렇게 조치를 하면 무거운 망원경을 올려도 볼트가 풀어지지 않고, 작동이 더 부드러워집니다.
6. 총평
이 제품도 미니 포르타의 약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습니다. 지지하중이 작고, 탑재 중량에 비하여 부피가 다소 크지요. 원본을 능가하는 사본은 아닌 셈입니다.
그러나 적절한 무게의 가벼운 경동을 탑재한다면 안정적으로 잘 작동하고, 미동 조작을 갖춘 경위대 가운데는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한다는 강점이 있습니다(2023년 11월 기준 10만원 초반대). 수평축의 설계 오류는 간단한 튜닝으로 보완할 수 있고, 경위대 자체의 무게도 1.5kg이면 무거운 편은 아닙니다. 가벼운 소구경 망원경에 어울리는 가대로, 미동을 지원하므로 활용하기에 따라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다만 휴대성이 중요하다면 더 작고 더 가벼운 대안이 있고, 설계 결함으로 보이는 수평축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선뜻 추천하기는 어려운 제품입니다.
꼭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미동 조작, 휴대성 우선, 가벼운 경통, 제한된 예산) 구입해도 좋지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