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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절망원경은 대물렌즈 설계에 따라 아크로매틱 망원경과 아포크로매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크로매틱(achromatic)은 2개 파장의 빛이 같은 곳에 초점을 맺도록 맞춘 망원경으로, 보통 2매 구성입니다. 색수차를 1매의 렌즈를 쓴것에 비해 크게 줄여주지만, 색수차가 조금 남습니다. 구경에 비해 초점거리가 길다면 색수차가 많이 줄어들긴 하지만 없어지지는 않고, 초점거리가 짧으면 색수차가 심해서 고배율 관측에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아포크로매틱(apochromatic)은 3개 이상 파장대의 빛이 같은 곳에 초점이 맞도록 설계한 렌즈입니다. 보통 3매 이상의 렌즈로 구성되며, 일부 렌즈에 저분산 소재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크로매틱 설계에 비해 훨씬 비싸지만 색수차를 대부분 제거해 주므로 해상도가 높습니다. 보통 사진 촬영용 망원경에 많이 씁니다. 

이 글에서는 아크로매틱 망원경과 아포크로매틱 망원경으로 찍은 행성 사진을 간단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사용한 망원경은 구경 80mm인 망원경입니다. 

 

1) 아크로매틱: 셀레스트론 스타센스 익스플로러 80mm
 - 렌즈 구성은 일반적인 아크로매틱으로 2매 구성이고 저분산 소재를 쓰지 않았습니다.
 - 구경 80mm, 초점거리 900mm로 구경비가 11.3인 장초점 망원경입니다. 저렴한 겨격에 대량으로 생산하는 보급형 망원경입니다. 

2) 아포크로매틱: 솔로몬 EDT 80mm
 - 렌즈 구성은 3매이며, 1매는 저분산 소재(FPL-51)입니다.  
 - 구경 80mm, 초점거리 480mm로 구경비가 6인 사진용 망원경입니다. 

 

비교는 목성 사진으로 했습니다. 촬영 시점과 장비가 다르지만, 두 방식의 특징을 살펴보는 용도로는 무리가 없습니다. 

먼저 80mm 아포크로매틱 망원경(솔로몬 EDT80)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edt80_cc.png

이번에는 아크로매틱 망원경(셀레스트론 스타센스 익스플로러 80)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80mmAchro.png

두 사진을 비교하면 해상도는 비슷합니다. 목성 무늬의 세부는 두 사진에서 비슷하게 드러납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을 살펴보면 아포크로매틱 망원경의 사진이 훨씬 우수합니다. 

먼저 색재현 능력입니다. 아크로매틱으로 찍은 목성은 색수차 때문에 본래의 색이 잘 살지 않습니다. 파란색 영역에서 초점이 잘 맞지 않으므로 색상이 노란색 계열(빨강 + 녹색)로 치우치게 됩니다. 위의 예시 사진은 노란색을 줄여서 실제 색상과 비슷하게 맞춘 것이지만, 원래의 색정보가 적은 까닭에 색상이 무척 단조롭게 표현됩니다. 아포크로매틱의 것과는 차이가 크죠. 

두 번째는 대비(contrast)입니다. 아포크로매틱으로 찍은 것이 밝고 어두운 부분의 차이가 뚜렷합니다. 그래서 분해능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세부를 훨씬 쉽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아크로매틱 망원경은 파란색 영역의 초점이 잘 맞지 않아 영상 전체에 퍼지는 까닭에, 밝기 차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조금 흐려집니다.

이 두 가지 차이 때문에 아포크로매틱 망원경의 결과물이 훨씬 좋게 보이지요. 다만 토성이나 천왕성처럼 오두운 행성은 차이가 줄어듭니다. 목성과는 다르게 어둡고 색상이 특정 파장대에 치우친 까닭에(토성: 황색 계열, 천왕성: 푸른색 계열) 색수차가 그리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천체는 아포크로매틱 방식과 아크로매틱 방식의 차이가 줄어듭니다.  

이러한 특성은 사진 뿐만 아니라 안시 관측 때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아포크로매틱 망원경 쪽이 색상이 훨씬 잘 살아나고, 섬세한 특징을 식별하기가 더 쉽습니다. 

광학성능으로만 보면 아포크로매틱 방식이 아크로매틱 방식보다 훨씬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눈이 감지하는 3원색(빨강, 녹색, 파랑)의 파장역의 및이 모두 한 곳에 초점을 맺게 해주는 설계(아포크로매틱)를, 3원색 중 2가지 색(보통 빨강, 녹색)만 맞춰주는 설계로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다만 아포크로매틱 방식은 렌즈를 더 많이 쓰거나 고급 소재를 필요로하는만큼 가격이 훨씬 비싸고, 더 무겁고, 열적응에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아크로매틱 방식도 장초점으로 가면 색수차가 많이 줄어들고,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협대역만 활용하는 망원경(예를 들어 Ha선을 관측하는 태양 망원경)에서는 색수차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요. 사진에서도 협대역 필터를 쓴다면 색수차를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아포크로매틱 방식이 더 좋지만, 필요나 용도, 상황에 따라 아크로매틱 방식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이 목적이라면 가능한 한 아포크로매틱 방식을 선택하는 쪽이 좋습니다. 색수차가 결과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아포크로매틱 망원경은 보통 중고급기를 표방하므로 초점조절장치를 포함한 기계의 완성도도 훨씬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사진 촬영에서는 중요한 요소이지요. 그러나 안시관측이나 가이드용 보조망원경처럼 광학성능(특히 색수차)이 절대적으로 우선시되는 분야가 아니라면 비용이 저렴한 아크로매틱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즐거운 관측이 되길 바랍니다.  

 

< 참고 >

1. 80mm로 본 행성(2020.9.13.): http://blueedu.dothome.co.kr/xe/photoPublic/26964
 - 아포크로매틱 망원경으로 찍은 행성 사진

2. 80mm 망원경으로 본 토성(2023. 7. 20.): http://blueedu.dothome.co.kr/xe/photoPublic/29700
 - 아크로매틱으로 찍은 행성 사진. 아포크로매틱 방식과의 차이가 목성보다는 줄어들었습니다.

3. 달(2023. 8. 25.): http://blueedu.dothome.co.kr/xe/photoPublic/29817
 - 아크로매틱으로 찍은 달 사진. 선명하지만 대비가 약간 떨어집니다.

4. 50mm로 본 달(2022. 7. 11.): http://blueedu.dothome.co.kr/xe/photoPublic/28294
 - 언뜻 선명해 보이지만, 확대를 하면 밝은 지형 주위로 색수차가 쉽게 드러납니다. 남쪽의 전체적으로 밝은 곳은 안개가 낀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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