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페에서 C5 XLT 경통을 들였습니다.
이미 휴대용 망원경으로 80mm 아포크로매틱 굴절(솔로몬 EDT80)을 쓰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좋은 망원경이지만, 주로 관측하는 대상이 행성이었던지라, 분해능과 집광력의 부족함이 늘 아쉬웠습니다.
새로 들인 C5 XLT는 구경이 적당히 크면서도 아주 가벼운 무게가 특징인 망원경입니다. 며칠 전 광축을 맞추고 시험 삼아 관측을 한 결과 만족스런 성능을 보여주었기에 이미 쓰는 80mm 망원경을 대체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80mm 굴절은 특유의 장점(넓은 시야, 높은 대비)이 있지만, 행성, 이중성 위주로 관측을 하는지라 더 큰 구경에서 얻는 장점이 끌렸습니다.
고배율 위주의 안시관측에서는 명백히 C5가 우위입니다. 중앙부 차폐 때문에 대비가 꽤 낮아지지만, 큰 구경에서 얻는 압도적인 집광력과 분해능으로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습니다. 적어도 이중성과 행성 관측에서는 그렇습니다.
조금 더 확실히 비교하기 위해 화성을 촬영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C5의 압승입니다. EDT80은 뛰어난 굴절망원경이지만 1.5배에 이르는 구경 앞에서는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EDT80이 대비가 더 높고 색재현 능력도 더 좋지만, 분해능에서 크게 밀립니다(확대 배율을 맞추느라 바로우렌즈를 2개나 쓰긴 했습니다).
- 촬영 일시: 2020. 11. 11.
- 촬영 장소: 서울
- 망원경(경통/렌즈): 솔로몬 EDT80, Celestron C5 XLT
- 가대(삼각대): EQM-35
- 카메라: ASI224MC
- 촬영 노출: 15ms 2분씩 촬영, 40% 합성
화성(2020. 11. 11.). 각각 80mm ED 굴절망원경(왼쪽)과 127mm 슈미트 카세그레인식 망원경(오른쪽)으로 촬영.
C5는 꽤 매력있는 망원경입니다. 127mm에 이르는 구경에도 불구하고 EDT80보다 짧고 더 가볍습니다(600g 정도 가볍습니다). 휴대성에서는 따라올 기종이 없습니다. 광학성능도 양호해서, 광축만 잘 맞춰주면 회절 원반과 고리가 대칭형으로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긴 초점거리 덕에 배율을 높이기도 좋아서 행성 관측에는 무척 좋습니다. 다만 40% 가까운 중앙차폐 때문에 대비가 굴절망원경보다 꽤 떨어지는 편이고, 밀폐형 구조라 냉각에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약 40~60분). 냉각 전후의 광학성능 차이가 제법 큰 편인지라, 언제든 꺼내서 곧바로 관측하는 용도로는 조금 아쉽습니다.
아마 EDT80은 조만간 정리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측의 90% 이상이 행성인지라 C5 쪽이 아무래도 더 끌립니다. 굴절 특유의 장점이 아쉬울 때에는 60mm 굴절로 달래야겠습니다.
C5 경통과 AZ-GTi 경위대. C5 XLT 망원경은 AZ-GTi 경위대와 무척 잘 어울립니다. 경통 무게가 가벼워서 진동 없이 튼튼하게 잘 잡아줍니다. 가대와 망원경의 크기 비례도 썩 괜찮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