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안경에서 나온 렌즈를 재활용해서 만든 자작 망원경입니다.
구경 48mm, 초점 거리 175mm이므로 F3.65입니다. 평범한 아크로매틱 렌즈이므로, 굉장히 초점 거리가 짧은 편이지만 색수자가 아주 심하진 않습니다. 20~30배 정도까지는 그냥저냥 볼만 합니다.
접안렌즈는 망원경에서 쓰는 31.7mm 렌즈를 씁니다. 보통은 오리온 25mm 프뢰슬 접안렌즈를 씁니다. 사진에도 찍혀 있네요.
이렇게 구성하면 배율은 7배입니다. 쌍안경이나 천체 망원경 파인더와 비슷한 정도이지요. 겉보기 시야는 52도로 약간 좁지만, 배율이 낮아 실제 시야는 7.4도로 그리 좁지 않습니다. 대물렌즈와 접안렌즈 모두 멀티코팅처리가 되어있고, 프리즘 같은 추가되는 광학계도 없으므로 광투과율도 양호하고, 상의 선명도도 훌륭합니다. 별을 보면 천체망원경과 다를 바 없이 깔끔한 점으로 보이지요(별상만 보면 시중에 판매하는 최고급 50mm 파인더와 비슷한 수준). 프뢰슬 접안렌즈 답게 주변상도 좋습니다. 아이릴리프도 충분히 길어서(16.9mm) 안경을 써도 편안합니다.
대물렌즈는 원래 셀레스트론 업클로즈 G2 20x50 쌍안경에 달려있던 것입니다. 사용기에 있는 그 제품이죠. 광축이 심하게 틀어져서 쓰기 어려운 상태인지라 분해해서 망원경으로 만들었습니다. 프리즘은 따로 쓸 일이 없고, 접안렌즈도 품질이 떨어지는 편이므로 쓰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물렌즈만 떼서 종이관에 붙인 다음, 일반 천체망원경에 쓰는 접안렌즈를 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광학성능은 원래 쌍안경일 때와는 비교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더 뛰어납니다(업클로즈 G2 20x50 쌍안경은 접안렌즈가 성능을 심각하게 갏아 먹습니다).
가끔 정립상을 만들기 위한 프리즘 없이 50~60mm 정도의 아크로매틱 굴절망원경 2개를 이어 붙여서 쌍안 망원경을 만들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안폭 조절을 고려하면 55mm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네요). 구경비는 F 5~6 정도에 접안렌즈는 원하는대로 갈아 끼울 수 있게 만들고요. 아니면 저렴한 프뢰슬 식 한 쌍을 써도 괜찮습니다. 그래서 배율을 10~20배 정도로 두면 별을 보는 용도로는 제법 매력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야가 넓고, 별상은 무척 깔끔할 겁니다. 별을 볼 때는 정립상이 그다지 중요한 것도 아니고요. 비슷한 성능을 내는 고급 쌍안경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지만(프리즘이 필요 없으므로), 성능은 전혀 밀리지 않을 겁니다(별 보는 용도 한정). 50mm 급이면 설계만 잘 하면 손으로 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무게도 가능할테고요. 구조가 아주 단순해지므로 광축 걱정도 거의 할 필요가 없겠지요(쌍안경 보다 경통이 길어지는 문제만 잘 해결하면 됩니다). 쌍안경과 비교하면 장점은 배율 변경이 가능한 것과 빛 손실이 줄어드는 것, 프리즘으로 인한 광학품질 저하가 없다는 것, 활용 용도가 조금 더 다양하다는 것 정도이고, 단점은 정립상이 아니고, 경통 길이가 길어져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점 정도가 되겠네요.
지금은 재미삼아 상상만 하는 정도지만, 기회가 있으면 실제로 만들어봐도 흥미롭겠다 싶습니다.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쌍안 망원경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구경이 작아서 굳이 쌍안경을 만드는 것 보다는 더 큰 망원경에 쌍안 장치를 달아서 쓰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네요(프리즘이 추가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