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2012 S1 ISON 혜성이 점점 지구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최적의 관측시기는 11월 말에서 12월 초이므로 아직 여유가 있지만, 관측을 위한 조금 더 자세한 소식을 올립니다.
이 혜성은 전체적으로 남반구보다 북반구에서 더 관측하기가 좋은 편입니다. 최대 밝기는 -6 ~ -3등급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2007년의 McNaught 혜성(C/2006 P1, 최대밝기 -5.5등급)이나 2011년의 Lovejoy 혜성(C/2011 W1, 최대밝기 -4등급)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이들 두 혜성은 남반구에서 관측이 적당했기 때문에 북반구에서는 인상적인 관측 기록이 없습니다). 지난해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많이 어두울 것으로 보이지만, 혜성의 크기가 크고(핵의 지름은 5km 정도로 추정), 태양과 아주 가까이 지나가므로, 근일점 통과(한국시 기준 2013년 11월 29일 새벽 3시 경)후 얼마간 매우 긴 꼬리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기의 혜성"이라고 부르기엔 모자랄지도 모르지만, 혜성의 크기로 보아 12월 초, 20도 이상의 긴 꼬리(달을 약 40개 늘어놓은 정도)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눈으로 관측하기에 최적의 관측 시기는 11월 하순에서 12월 상순까지입니다. 특히 2013년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 정도까지가 최고의 시기라고 할 수 있는데, 긴 꼬리를 보고 싶다면 11월 30일부터 12월 5일 사이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시간대는 해가 뜨기 전, 새벽 시간대죠. 혜성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약간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항해박명 때를 기준으로 혜성의 위치는 아래와 같습니다(제주도 서귀포시 기준. 앞으로의 설명도 모두 서귀포시 기준입니다).
시기별로 살펴보겠습니다.
혜성은 11월 하순부터 새벽 하늘에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11월 24일 아침항해박명(오전 6시 15분)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예상 광도는 약 3등급이므로, 아주 맑은 날이 아니라면 지평선 부근의 코마를 보기는 쉽지 않겠지만, 관측환경이 좋다면, 남동쪽 하늘로 길게 뻗은 꼬리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예상도는 혜성이 매우 크게 발달하고, 관측환경이 매우 좋을 때 기대할 수 있는 모습으로, 실제로 그림보다는 작고 어둡게 보일 겁니다.
( 11월 24일 새벽, 혜성의 예상 모습)
근일점을 지나기 전날인 11월 28일(오전 6시 18분)은 이렇습니다. 혜성의 밝기가 상당히 밝아서 -2 ~ -1등급 정도로 예상되지만, 태양과 너무나 가깝기 때문에 코마를 직접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남쪽으로 길게 뻗은 빛줄기를 볼 수는 있을 것인데요, 코마는 보이지 않고 꼬리만 하늘로 솓아오른 모습이지요. 다만 이 때는 근일점을 지나기 전이라 생각보다 꼬리가 상대적으로 짧게 나타날 가능성도 상당히 높습니다.
(11월 28일 새벽 혜성의 모습)
11월 29일 새벽은 혜성이 근일점(새벽 3시 무렵)을 지난 직후입니다. 혜성의 밝기는 근일점 통과를 전후해서 -5등급 내외로 밝아지겠지만, 혜성의 위치 특성상 지상에서는 관측이 곤란합니다. 다만, 혜성이 예상보다 훨씬 밝아진다면 아침에 태양보다 약간 동쪽에서 희끄무레하게 빛나는 얼룩을 관측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1월 30일(오전 6시 20분)이면 혜성은 대략 0등급 정도로 29일에 비해 상당히 많이 어두워집니다. 다만 근일점을 막 지난 시점이라 매우 긴 꼬리가 발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오히려 혜성은 더 잘 보일수도 있습니다. 꼬리가 예상대로 크게 발달한다면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동쪽에서 북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꼬리가 보이겠지요. 아마도 ISON 혜성은 11월 30일부터 12월 3일 정도가 가장 웅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옛 관측기록에 '백기(白氣)'라고 기록해 놓은 바로 그 모습을 볼 수 있겠지요.
(11월 30일 새벽)
아침항해박명 시간에 혜성의 코마를 보려면 12월 4일까지 기다려야합니다. 12월 4일(오전 6시 23분)이면 혜성은 상당히 많이 어두워져서 2~3등급 정도에 불과하겠지만, 코마가 지평선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꼬리도 여전히 길게 뻗어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략 아래 그림처럼 보일 겁니다(이 그림보다는 작게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에 혜성의 전체 모습을 담고 싶다면 12월 초가 적당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 혜성이 예상과는 달리 이때까지도 매우 밝은 밝기를 유지하고 긴 꼬리를 보여준다면, 우리 조상들은 아마도 이 혜성을 "치우기(蚩尤旗)"라고 기록할 겁니다.
(12월 4일 새벽)
이후 12월 중순으로 다가가면서 혜성은 점점 새벽하늘의 북동쪽 높은 곳으로 이동합니다. 관측하기엔 편해지겠지만, 상당히 빠르게 어두워질 것이라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겠지요. 아마도 12월 말이되면 6등급 수준으로 어두워질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ISON 혜성의 밝기를 비교적 구체적인 밝기까지 들어 이야기했지만, 혜성이 얼마나 밝아질지는 여전히 매우 불확실합니다. 꼬리가 얼마나 발달할지도 알기 어렵죠. 그러나 통상적으로 태양근접혜성(sungrazing comet)은 근일점 통과 후에도 혜성의 핵이 남아있다면 매우 긴 꼬리를 남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ISON 혜성은 지름이 5km 정도(추정치)로 큰 편이라 근일점 통과 이후에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편이죠. 2011년 크리스마스 무렵 인상적인 꼬리를 보여주었던 Lovejoy 혜성(지름 약 500m, 추정치)과 비교하면 지름이 약 10배에 이릅니다.
( 지난 2007년 1월 20일 호주에서 촬영한 C/2006 P1 McNaught 혜성. 이번 ISON 혜성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옛 사람들은 이렇게 길고 휘어진 꼬리를 가진 혜성을 "치우기(蚩尤旗)"라 불렀습니다. / 사진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File:Sat_comet_WEB.jpg )
동쪽 하늘이 트인 가깝고 적당한 관측지를 찾아보면서, 차근차근 혜성의 방문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관측자료 출처 : http://www.aerith.net/comet/catalog/2012S1/2012S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