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미국 오리온사에서 만든 45도 정립 프리즘 사용기입니다.따로 판매하는 제품은 아니며, 망원경을 사면 번들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외부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습니다.
망원경을 통해 볼 때 보이는 상을 똑바로 세워주는 역할을 하는 프리즘(루프프리즘)으로, 일반 굴절망원경이나 슈미트 카세그레인, 막스토프 카세그레인 등의 망원경에 쓸 수 있습니다. 연결부 지름은 31.7mm 입니다. 45도 각도로 꺾여 있어서 고도가 높은 대상을 볼 때도 편리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접안렌즈는 나사 하나로 고정하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커다랗고 무거운 접안렌즈를 연결하면 접안렌즈에 흠집이 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광학적 품질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 망원경에 연결하고 높은 배율로 확대해서 관측하면 상의 품질 저하를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프리즘을 쓰면 선명도(sharpness)와 대비(contrast) 모두 상당히 떨어집니다. 아마도 프리즘 광학면의 평탄함은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가형 제품이라 그런지 코팅 처리도 전혀 되어있지 않습니다. 최소 8% 정도의 빛 손실을 예상할 수 있지요(전체 빛 투과율은 85~90% 정도로 보입니다). 내부는 까맣게 칠해져있지만, 프리즘에서 쓰이지 않는 광학면은 아무런 처리도 되어있지 않습니다. 난반사로 인한 대비 저하를 유발할 수 있죠. 루프 프리즘에서 간섭으로 인한 상의 악화를 막는 위상차 보정 코팅도 안 되어 있습니다(위상차 보정 코팅이 된 정립 프리즘은 매우 드물 겁니다).
다른 문제도 있는데, 프리즘 크기가 작아서 비네팅 현상이 심하게 생긴다는 점입니다. 초점거리 25mm, 겉보기 시야 50도 정도의 접안렌즈와 함께 쓸 때에는 큰 문제가 안 되지만, 초점거리 40mm, 겉보기 시야 44도의 장초점 접안렌즈와 함께 쓰면 비네팅 현상이 많이 생깁니다. 시야의 손실이 상당히 심하게 발생하죠. 광학 통로(clear aperture)의 지름은 약 20mm 입니다.
[오리온 45도 정립 프리즘]
Bresser의 31.7mm 천정미러와 비교하면 이 정도의 차이가 나죠.
[Bresser 천정미러]
히스토그램으로 비교해 보면 차이를 더욱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제일 위의 그래프가 원래의 영상인데, 밝기가 화소가 170~190 사이에 모여 있습니다. 그 아래에 있는 그래프는 오리온 정립 프리즘입니다. 심한 비네팅과 빛 손실로 가장 밝은 부분은 170 정도에서 시작하고, 밝기 분포도 어두운 쪽으로 많이 쏠려있습니다. 가장 아래 그래프는 Bresser 천정미러입니다. 가장 밝은 부분은 170 정도에서 시작하긴 하지만, 비네팅이 훨씬 적어서 밝은 부분에서도 높은 집중도를 보여줍니다.
[원본]
[오리온 45도 정립 프리즘]
[Bresser 천정미러]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오리온의 번들 정립프리즘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좋지 않은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죠.
오리온에서는 똑같은 모양의 제품을 50달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과는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지만, 외관은 동일합니다(로고가 그려진 것만 빼면..). 전체 광학면에 멀티코팅 처리를 했다는 차이는 있군요. 그렇지만, 이 번들 정립 프리즘과 동일한 광학 부품에 멀티코팅 처리만 한 제품이라면, 글쎄요, 50달러를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물론 같은 광학 부품을 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비네팅 문제는 동일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