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일반
2013.04.24 21:13

망원경의 실질 집광력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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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글에서 망원경에서 일어나는 빛의 손실에 관해 알아보았습니다. 그 글에서 쉽게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은 굴절망원경에 비하여 반사망원경은 빛 손실이 심하다는 것입니다. 구조적으로 부경을 쓸 수밖에 없고, 특수한 코팅 방법을 쓰지 않는 한, 거울의 반사율이 렌즈의 빛 투과율보다 낮으므로 이는 반사망원경의 근본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사망원경은 구경을 크게 만들기 쉽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므로, 어둡고 흐릿한 대상인 천체를 관측하는 데에는 더 적합할 때가 많습니다.


이번에는 굴절망원경, 반사망원경, 반사굴절식 망원경의 빛 손실에 관해 알아보고, 유효 집광력이라는 측면에서 각각의 방식을 서로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집광력

집광력은 망원경이 빛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며, 대물렌즈나 주 반사경의 면적과 비례하므로, 구경의 제곱에 비례하여 중가합니다. 예를 들어 구경 100mm의 망원경은 50mm 망원경에 비하여 지름은 2배이지만 면적은 4배이므로 4배의 집광력을 가집니다.

망원경의 카탈로그에서 볼 수 있는 집광력 표시는 사람의 눈과 비교하여 얼마나 많은 빛을 모을 수 있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동공의 지름을 7mm라 가정하여 계산합니다. 만약 구경이 35mm라면 지름이 동공의 5배 크기이므로 집광력은 25배가 되고, 70mm 망원경은 100배가 되는 것이죠.
집광력의 계산식은 아래의 형태로 간단히 쓸 수 있습니다.


(집광력) = (구경)2 / 72

* 단위 : 구경(mm)


유효집광력 또는 실질 집광력은 공식적으로 쓰는 표현은 아니지만 이 글에서는 이론적인 집광력에서 광학계의 빛 손실을 제외하고,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집광력을 가리키는 말로 쓰겠습니다. 접안부의 광학계로 인한 빛의 손실은 망원경의 방식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2. 굴절망원경의 유효 집광력

굴절망원경은 보통 2~3장의 렌즈를 이용하여 대물렌즈를 만듭니다. 일부 고급 망원경은 4장까지 쓰기도 합니다만, 드문 편입니다. 코팅은 대부분 모든 광학면에 멀티코팅*을 적용하여 빛의 손실을 최소화합니다.


*모든 광학면에 다층막 코팅(multi-layer coating, 멀티코팅)을 적용하였을 때 보통 'fully multicoated'라고 표현합니다. 'multicoated'라고만 표현되어 있으면 하나 이상의 광학면에 다층막 코팅을 적용했다는 것으로 일부 광학면에는 단층 코팅(single-layer coating)이 되어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fully coated'는 모든 광학면에 단층 코팅 이상의 처리를 했다는 뜻이고, 'coated'라고만 되어 있으면 하나 이상의 광학면에 단층 코팅 이상의 처리를 했다는 뜻입니다. 빛의 손실은 fully multicoated가 가장 적고, multicoated와 fully coated는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따라 우열이 달라집니다(보통 multicoated라고 되어있으면 fully coated에 더하여 하나 이상의 광학면에 다층막 코팅을 하는 것이므로, fully coated보다는 우수합니다). coated는 네 가지 중에서 가장 떨어지는 방식으로 최저가의 망원경이 아니면 거의 쓰지 않습니다.


여기에서는 모든 광학면에 멀티코팅 처리가 되어있고, 대물렌즈가 2장 또는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계산하겠습니다. 빛의 투과율은 광학면의 투과율을 모두 곱하면 되므로 계산이 매우 간단합니다.
멀티코팅 처리를 한 광학면의 반사율을 0.3%, 광학소재의 내부 투과율은 1cm에 99.7%, 렌즈 하나의 두께를 각각 1cm로 가정하면, 렌즈 하나의 빛 투과율은 이렇게 됩니다. 하나의 렌즈는 광학면이 2개, 두께 1cm이므로,


(1-0.003)^2 * 0.997 = 0.991


즉 렌즈 하나는 99.1%의 투과율을 가집니다. 렌즈를 2장 쓴다면 이를 제곱하여, 98.2%가 되며 3장을 쓴다면 97.3%가 됩니다. 빛 손실은 2% 정도에 불과한 것이죠. 이를 구경 효율로 나타낸다면, 약 99%가 되어, 이론적인 집광력에 근접하는 매우 좋은 결과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99%의 구경효율이라면, 100mm 구경의 망원경을 쓸 경우 투과율이 100%인 이상적인 99mm 구경의 망원경과 동등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fully coated 광학계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한 장의 렌즈는 96.7%의 투과율을 보여주므로, 2장의 렌즈를 쓴다면 투과율은 93.6%로 급격히 낮아집니다. 이 문제는 지상관측용 망원경(field scope)이나 쌍안경처럼 광학면이 많고, 대물렌즈와 접안렌즈가 고정되어 교체할 수 없는 망원경에서 중요한데, 이들 광학계는 최소 8개 이상의 광학면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8개의 광학면이라면 광학소재의 빛 손실을 무시하더라도 표면 반사로만 12% 정도의 빛 손실이 생기며, 이렇게 손실된 빛의 상당 부분은 내부반사로 인해 최종적인 상의 대비(contrast)를 낮추고 품질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합니다.


3. 반사망원경의 유효집광력

반사망원경은 2개의 거울을 사용해서 만듭니다. 거울의 코팅에 Protected Aluminium 코팅을 했다고 가정하면 거울 하나의 반사율이 88%이므로, 망원경의 전체 투과율은 77.4%가 됩니다. 그런데 반사망원경의 부경과 지지대가 주경으로 가는 빛을 막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부경의 지름을 주경의 30%로 잡으면, 부경에 의한 차폐는 9%, 부경 지지대에 의한 차폐를 1%로 잡으면 전체 손실은 10%가 됩니다. 이제 두 장의 거울로 얻을 수 있는 투과율에 이 손실을 반영하면, 투과율은 0.774*0.9가 되어 69.7%로 낮아지게 됩니다. 약 30%에 이르는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죠. 구경효율로 따지면 83.5%가 되는데, 구경 100mm 짜리의 반사망원경은 구경 83mm의 이상적인 망원경과 비슷한 집광력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거울에 쓰는 코팅 방법을 더 나은 방법으로 바꾸면 상황이 개선되긴 합니다. 반사율 95%를 가지는 Enhanced Aluminium 코팅을 쓰면 투과율은 81.2%로 대폭 개선되고, 구경효율은 90%로 높아집니다. 반사율 99%의 유전체 거울을 쓰면 상황은 더욱 좋아져, 투과율은 88%, 구경효율은 94%로 좋아집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부경에 의한 차폐가 있으므로 일정 이상의 빛 손실은 피할 수 없습니다.


4. 반사굴절망원경의 유효집광력

흔히 쓰는 반사굴절망원경으로는 슈미트카세그레인식과 막스토프카세그레인식이 있습니다. 이들 망원경은 한 장의 보정렌즈와 두 개의 반사경으로 만드므로 광학면의 수가 많고 빛 손실이라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합니다(접안부에 보정렌즈를 넣는 방식의 반사굴절망원경은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멀티코팅 처리를 한 광학면의 반사율을 0.3%, 광학소재의 내부 투과율은 1cm에 99.7%, 보정렌즈의 두께를 1cm로, 반사경 코팅은 Protected Aluminium를 했다고 가정하고 부경의 지름을 30%로 잡으면(반사굴절식에는 지지대가 없음),


0.91 * (1-0.003)^2 * 0.997 * 0.88 * 0.88 = 0.698


전체 투과율은 69.8%에 불과합니다. 30%가 넘는 빛 손실이 발생하게 되고, 구경효율로 나타내면 83.6% 정도가 됩니다. 광학면이 많은 특성상 빛의 손실이 많이 발생하게 되지요. 이 방식도 거울의 코팅을 개선하면 집광력에 상당한 향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사율 95%를 가지는 Enhanced Aluminium 코팅을 쓰면 투과율은 81.4%로 개선되고, 구경효율은 90.2%로 높아집니다. 유전체 거울을 쓰면 투과율 88%, 구경효율 94%가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여기의 계산에서는 반사식과 반사굴절식 망원경의 부경 크기를 동일하게 계산했지만, 반사굴절식 망원경은 부경지지대가 없는 대신 부경의 지름이 뉴턴식보다는 큰 경우가 많으므로, 뉴턴식에 비해서 부경에 의한 차폐에서 불리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 망원경 사이의 비교

이제 굴절식과 반사식, 반사굴절식 망원경을 서로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경이 같으면 집광력은 굴절식이 가장 우수합니다.

앞에서 굴절식의 구경효율은 99%, 반사식은 83.5%, 반사굴절식은 83.6%로 계산했습니다. 반사식이나 반사굴절식 망원경은 굴절망원경을 기준으로 같은 양의 집광력을 얻으려면 그만큼 구경이 더 커야한다는 뜻인데요. 굴절망원경을 1로 하면 같은 집광력을 얻기 위해 필요한 구경은 이렇게 됩니다.


굴절망원경 = 1

반사망원경 = 1.19

반사굴절망원경 = 1.18


즉, 구경 100mm 굴절망원경과 동등한 집광력을 얻기 위해 반사망원경이나 반사굴절식망원경은 120mm의 구경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일단 수치로만 보면 굴절망원경이 상당한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세계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구경이 70mm 이하인 작은 망원경은 이러한 집광력 손실에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일정 이상의 구경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이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요, 그것은 바로 '비용'입니다. 굴절망원경은 보통 가격이 비싼 편이고, 특히 구경이 커질수록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집니다. 구경이 100mm인 망원경을 비교하면 굴절식보다 20% 이상 구경이 더 큰 반사식 또는 반사굴절식 망원경의 가격이 훨씬 싸고, 같은 비용을 투자하면 굴절식의 집광력 우위를 상쇄하고도 남는 커다란 구경의 반사식(반사굴절식) 망원경을 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굴절식망원경은 집광력의 우위 외에도 중앙차폐가 없어 별의 상이 더 깨끗하고, 대비가 높은 영상을 얻을 수 있으며 코마수차와 같은 일부 수차가 적어서 반사망원경에 비해 통상 더 높은 광학적 품질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커다란 굴절망원경은 보통 부피가 매우 크고, 비용은 아주 높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반사망원경은 같은 구경의 굴절망원경에 비해 광학적 품질이 떨어지지만, 어디까지나 같은 구경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동일한 비용을 투자하면 훨씬 더 큰 구경의 망원경을 구할 수 있으므로, 구경의 힘으로 광학 품질의 질적 저하를 상당부분 만회할 수 있는 것이죠. 아래 그림은 미국의 한 망원경 쇼핑몰에서 따온 그림입니다(Telescope.com).


orion.jpg

(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미국의 망원경 가격은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는 것입니다. 시장의 규모에서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2~3배에 이르는 가격 차이는 좀 심한 듯.)


80mm ED 굴절망원경은 254mm 반사망원경과 가격이 비슷하고, 127mm 막스토프카세그레인식 망원경보다 100달러나 더 비쌉니다. 눈으로 보았을 떄의 광학적 품질은 나머지 둘이 80mm 굴절망원경보다 더 좋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관측 대상의 범위는 254mm 반사망원경 쪽이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습니다(실제로 그림의 Apex 127은 100mm ED 굴절망원경과 비슷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물론 두 망원경은 활용 목적이 좀 다르긴 합니다만, 가격대비 성능으로 보았을 때 반사망원경이 우위에 있습니다. 같은 구경이라면 투과율이 높을수록 좋지만, 낮은 투과율로 인한 빛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것이지요.


휴대성을 가장 중시한다면, 망원경의 투과율을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망원경은 구경이 커질수록 부피와 무게가 증가하고 망원경을 받쳐주는 가대의 크기도 덩달아 커지므로, 휴대성 우선이라면 마냥 구경을 키우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장노출 사진 촬영이 주목적이라면 투과율에 따라 노출 시간에 상당한 영향을 주므로, 빛의 손실이 적은 것이 중요합니다(그러나 사진 촬영이 목적이라면 대안이 있음). 이런 경우라면 어쩔 수 없이 투과율이 높은 망원경을 선택할 수밖에 없겠지만, 대안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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