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훼가 질투하는 신이 된 까닭은, 옛날 그가 태어나던 시기에 여러 다른 신이 유대인들을 두고 경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집트와 아라비아, 소아시아 지역에는 여러 신들이 있었습니다. 저마다 최고의 신이었지요.
유대인들 역시 주변의 여러 종교 문화이 영향을 받아 이런저런 신을 제각각 모시고 있었을 것입니다. 같은 유대인이라고 하지만 지역마다, 지파마다 서로 다른 신을 섬겼겠지요.
그런데 정치적 상황이 변하고 유대 지역의 혈연, 지역 공동체가 서로 뭉쳐질 필요가 생기면서 어떤 강력한 정신적 구심점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주변의 문화를 본따 그들 스스로 종교를 만들고 그 종교의 최고신을 섬기기 시작하게 됩니다. 이 신이
바로 '야훼'라는 신입니다.
이 새로운 신은 이제 유대인을 다른 신으로부터 빼앗아오는 막중한 책무을 맏게 됩니다. 다른 신을 믿는 유대인들이 자기를 섬기도록 해야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야훼는 질투하고 복수하는 신이 됩니다.
'유대인이면서 감히 나를 섬기지 않으면 반드시 복수하리라.'
이제 유대인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야훼를 섬기고 율법을 지켜야합니다. 이런 식으로 야훼는 스스로를 유대 민족의 최고,
유일신으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신은 유대민족을 보호하는 수호신으로 자리잡게되고, 주위의 다른 모든 신보다 강력한
권능을 지닌 존재로 승격됩니다. 야훼의 권능에 대한 이러한 생각은 집단 최면에 가까운 것이긴 했지만, 현실에서 약소 집단이었던
유대민족이 스스로를 지속시켜나가는 강력한 기반이 됩니다.
*야훼의 성격은 유대 민족의 형성 당시의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환경을 반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의 배타적인 성격은 유대
민족이 민족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한반도에서 한민족이 스스로를 단일민족이라 이야기하면서 타민족을
배척하듯이 유대인들 역시 유대민족을 형성하면서 그리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스스로 최고신을 만들고 자기 민족만의 유일신, 최고신을
만들었을 것입니다. 적어도 그 당시의 유대인이 말하는 유일신은 세계의 유일신이 아니라 자기 민족의 유일신입니다.
-신약과 구약이 (비록 책마다 내용이 서로 다른 엉터리이긴 하지만) 그렇게 족보에 집착하는 것도 그 증거 가운데 하나라고
봅니다. 동정녀 이야기로 신성함을 만들었다면 족보 이야기로 정치적 정통성(예수 본인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을 수도
있지만 그르 따르는 제자나 후에 생겨난 교단 조직에서는 중요한 문제였던 듯)을 확보하려는 것이었겠지요.
*유대인들은 야훼가 실제로 그들을 지켜줄 것으로 믿었다고 합니다. 주변국이 침략해오면 야훼가 실제로 물리력을 발휘해서 적을
막아줄 것이라 여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로마의 대침공을 앞두고 야훼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유대민족은 야훼신이 왕(정치적인
왕, 로마의 침입을 막고 유대인의 국가를 세워 독립적인 세력을 영위해가는 현실의 왕, 유대인들이 예수를 배척한 까닭은 예수가
유대인의 왕국을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영적 구원이 아니라 현실의 구원을 실현해 줄 구세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을 내려 주리라 기대하고 있었지만, 야훼는 예루살램에서 일어난 참사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을 뿐입니다. 이러한 사태에
대한 유대인들의 배신감이 얼마나 컸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대다수의 유대인들은 스스로가 야훼를 모시는 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지금의 무슬림들이 재난을 신의 뜻으로 여기는 것처럼). 그러나 적어도 이 사건은 그리스도교의 성립에 상당히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이 사건 이후, 일부 유대인들은 믿기 어려운 옛 약속을 대신할 새 약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스스로를
구세주라 칭하는 이들도 여럿 나타났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예수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수의 제자 중 일부는
당시의 헬레니즘 문화의 영향을 받아서 이방인들까지도 구원하는 새로운 차원의 사상을 성립시켜 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