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방을 뒤적이다가 뜻밖의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이게 어떻게 아직까지 남아있는지는 잘 기억나지않지만, 오래 전 컴퓨터를 처음 배울 때 생각이 납니다.
제가 컴퓨터를 처음 본 게 아마 10살 아니면 11살 때였을 겁니다. 처음 본 컴퓨터는 학교 컴퓨터실에 설치되어 있던 286AT 컴퓨터였는데 메모리가 512KB에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달린 컴퓨터였습니다. 모니터는 당연히 흑백이었고(검정 바탕에 연두색 글씨가 나오는 단색 모니터). 굉음을 내면서 작동하던 9핀짜리 도트 프린터가 신기하게만 보이던 때였습니다.
그 때에는 플로피 디스크에 도스(DOS) 운영체제를 넣어서 부팅을 했습니다(이미 그 때부터 MS의 운영체제가 널리 쓰이고 있었는지, MS-DOS 3.0 이었습니다. K-DOS라는 국산 운영체제도 있었는데, 널리 쓰이지는 않았습니다). 디스켓 용량은 겨우 360KB(5.25인치 DD 디스켓의 용량입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터무니없이 좁은 공간이지만, 그 작은 용량으로도 운영체제와 필요한 몇 가지 프로그램을 모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디스켓 한 장에 담기지않는 프로그램도 많이 있었는데, 그럴때면 도스 디스켓으로 부팅을 하고난 다음에, 프로그램 디스켓을 넣고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2번 디스켓, 3번 디스켓을 갈아 끼우면서 사용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불편한 방식이지만, 그 당시에는 당연한 과정이었으니 그리 불편한 줄은 몰랐습니다.
▲ FDD가 두 개나 달린 고성능 컴퓨터
그 때 부러웠던 것 가운데 하나는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둘 달린 컴퓨터였습니다(하드디스크는 거의 보급이 되어있지 않던 시절).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둘 이상 달려 있으면 DISKCOPY 명령으로 디스켓을 복사할 때 수 차례 뺐다 끼웠다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었고(디스크 드라이브가 하나라면 디스켓 한 장을 복사해도 3~4회 정도 반복적으로 디스켓을 바꾸어주어야 했습니다), 도스 디스켓과 프로그램 디스켓을 따로 갈아끼울 필요 없이 함께 넣어놓고 쓸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 플로피 디스크. 왼쪽부터 8인치, 5.25인치, 3.5인치 디스켓(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도 부러운 것 가운데 하나였는데, 일단 크기도 훨씬 작으면서 용량이 720KB로 5.25인치 디스켓의 두 배였고, 디스크의 표면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어서 취급도 편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용량 문제야 나중에 5.25인치 디스켓도 HD(고밀도 기록 방식) 방식이 나오면서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1.2MB), 3.5인치 디스켓은 보관하고 다루기 편리하다는 점은 5.25인치 디스켓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지요(같은 HD 방식이면 3.5인치 디스켓이 용량도 더 컸습니다. 3.5인치 디스켓은 1.44MB).
요즘 생각해보면 그 당시의 PC는 정말 불편한 장비였습니다. 느리고 쓰기가 까다로운. 무슨 작업을 하려면 일일이 키보드로 익숙치않은 명령어를 입력해야했고(키보드로 그림을 그려야했던 시절), 기능도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오류도 잦아서 자료를 날리는 일도 다반사였고. 그래도 참 재미있게 컴퓨터를 다루었던 기억이 남아있네요. 360KB짜리 DD 디스켓을 쓰다가 1.2MB 짜리 HD 디스켓을 쓰면서 느꼈던 감동이라든가(디스켓을 갈아 끼울 필요가 없어진 프로그램이 제법 있었으니), 베이직 언어로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음악을 연주하던 기억이라든가, 어렵게 키보드를 조작해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프린터로 인쇄해 본다든가 할 때 느꼈던 기대감 등..
참, 지금 저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는 잘 모릅니다.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야 PC에 연결 할 수 있지만, 남아 있는 디스켓이 한 장도 없어서 작동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네요. 그 때에는 HD 디스켓을 제법 비싸게 주고 구했고 소중하게 다루었는데, 쓸모가 없어지고 나서는 모두 처분해 버렸습니다.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A:\> diskcopy a: b:
A:\> b:
B:\> dir b: /w
이런 명령어를 입력해 본 것도 참 오래 전 일입니다. 그 시절에는 이런 것 하나 입력할줄 아는 것도 친구들 사이에서는 자랑거리였습니다.
이 건전지는 함께 발견된 AA 규격의 에버레디 건전지. 지금은 이름조차 들을 수 없지만 예전에는 TV에 광고도 하는 나름 유명한 상표였습니다. 그래봐야 망간 전지이긴 합니다만.. 가격은 더 비쌌지만 성능이 다른 건전지보다 딱히 더 좋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참고*
DD(double density): 배밀도 기록 방식
HD(high density): 고밀도 기록 방식
크하하~ 이런 정겨운 글이 올라오는구나...
나는 사촌형이 쓰다가 물려 준 XT 컴퓨터가 있었거든
그걸로 하던 프로그램은... 고인돌, 페르시아 왕자, 무슨 브라더스 등등의 게임
XT가 고철이 되고 나서 중학교 2학년때였나? 넥스젠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cpu가 탑재된 펜티엄'급' 컴퓨터를 샀거든.
근데 망할 이 놈의 넥스젠이란 회사가 호환성이 개 쉬레기라서 실제 프로그램에선 아주 성능좋은 386으로 인식 되는거야.
그래서 펜티엄급 이상에서 돌아가는 몇몇 게임들은 아예 돌려보질 못했지. 386이라고 나오면서 종료돼 버리니까.
당시 컴퓨터 만지는 실력의 척도는 autoexec와 config 파일을 어떻게 구성해서 기본 메모리를 얼만큼 올리느냐였지.
''기본 메모리 560kb 이상 ' 따위의 아주 불친절한 요구조건을 내걸던 게임이 많았으니까.
크크.. 쓰다보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