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기다리던 혜성을, 드디어 촬영했습니다.
관측하기 제일 좋은 시기를 구름으로 흘려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밝고 꼬리가 긴 혜성인지라 보름달에도 나름 볼만한 모습으로 찍혔습니다. 하늘은 뿌옇게 연무가 낀 까닭에 관측에 최상이라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구름이 걷힌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입니다.
촬영지는 대전광역시 교외에 있는 식장산입니다. 조명이 많아서 별을 보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지만, 어차피 보름달이 뜬 하늘이라 멀리 가는 게 큰 의미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연무나 좀 피해보자는 심산으로 간 곳이 교외의 산이고요. 고도가 600m 가까운 곳이고 시내와도 거리가 조금은 있는지라 도심지보다는 환경이 훨씬 좋아 보였습니다.
혜성은 맨눈으론 코마는 식별되지만 꼬리는 겨우 보일까말까 싶은 수준이었습니다. 쌍안경으로는 코마는 밝게 빛나고, 코마 위쪽으로 뻗은 꼬리가 3도 정도 길이로 쉽게 보였습니다. 다만 그 이상은 하늘빛과 섞여 잘 보이지 않았고요. 아마 3~4일 정도 지나서 은하수가 보이는 곳으로 간다면 달이 뜨기 전에 꽤 긴 꼬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진은 화각이 풀프레임 기준 50mm 정도인 표준렌즈로 찍었습니다. 밝은 달빛 덕에 하늘도 파랗고, 산 능선도 살았습니다. 꼬리는 10도 이상 뻗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약 14도), 확대해서 자세히 보면 반꼬리의 흔적도 살짝 남았습니다. 당초 13초씩이나 노출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는데(사진이 하얗게 타 버려서..), 뜻밖에도 꼬리는 더 잘 살았습니다.
다음주에 날이 맑아지면, 하늘이 어두운 곳에서 관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촬영 일시: 2024. 10. 17. 18:51 KST
- 촬영 장소(시/군 단위): 대전 식장산
- 렌즈: 파나소닉 LEICA DG SUMMILUX 25 F1.4
- 가대(삼각대): 일반 카메라 삼각대
- 촬영카메라: 올림푸스 Pen-F
- 촬영노출: 13초, F4, ISO 400
- 후보정 및 후처리(소프트웨어): RAW로 촬영 후 Photoshop CC로 편집
다음 사진은 53장을 합성해서 노이즈를 줄인 버전입니다. 조금 더 나중에 촬영한 까닭에 혜성이 지평선에 더 가깝습니다. 하늘이 더 어두워진 까닭에 개별 노출은 10초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