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6일에 있을 금성의 태양면 통과, 5월 21일의 부분일식, 2013년 극대기를 앞두고 활발해진 흑점 활동 관측..
요즘들어 태양을 바라볼 일이 자주 생겼습니다. 그러나 눈부신 빛과 강렬한 자외선으로 인해서 태양을 직접 바라보는 건 무척 위험합니다. 일식 때는 해가 많이 가려져 안전할 것이라 생각할 지 모르지만, 맨눈으로 해를 봐도 안전한 시간은 개기일식으로 인하여 해가 완전히 가려졌을 때 뿐입니다. 안전하게 태양을 관측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극대기를 앞두고 점차 활발해지는 흑점 활동(사진은 2012년 5월 19일)
1. 가장 안전한 태양관측법 - 투영법
투영법은 천체를 직접 바라보는 방식이 아니라 망원경이나 바늘구멍으로 투영된 모습을 관측하는 방법입니다. 태양을 직접 바라볼 필요가 없으므로 눈을 다칠 가능성이 없고, 여러사람이 함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방법도 간단한데, 커다란 판지에 작은 구멍을 뚫어놓은 후 그림자 부분에 비친 태양을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망원경을 쓸 때에는 접안렌즈 뒤쪽에 투영판을 놓으면 되구요.
▲ 간단한 태양투영관측 - 부분일식 (사진 출처 : Wikipedia)
투영법은 단순하고 매우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만만치 않은데요, 가장 큰 문제는 직접 바라볼 때와 같은 생동감이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한 전문적인 시설을 갖춰놓지 않은 경우에 투영된 상이 어둡고 편이라 흐릿해서 세밀한 관측이 어렵기도 하고, 작은 구명을 뚫는 단순한 방식의 투영법을 쓰면 쉽게 모양을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상을 만들려면 투영판과 바늘구멍 사이의 거리가 최소 1m 이상 되어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2. 직접 태양을 바라보기
아무래도 선명하고 실감나는 태양의 모습을 보려면 직접 바라보는 것이 낫습니다. 그러나 태양은 아주 밝기 때문에 빛을 줄여줄 보호장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아무 보호 필터 없이 망원경을 통해서 태양을 보면 단 한 번의 관측으로도 실명하게 될 수도 있으므로 맨눈으로 해를 바라보는 건 절대 금지!
안전하게 태양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태양관측 전용 필터를 쓰는 것입니다.
태양필터는 가시광선 외에도 적외선과 자외선을 모두 차단해주어야 합니다. 가시광선만 차단해주는 필터는 매우 위험한데, 적외선에 의해 망막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기 떄문입니다. 자외선은 필터에서 막아주지 않아도 수정체에 의해 대부분 차단되지만, 백내장이나 여러 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역시 필터 차원에서 막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태양필터에 적합한 빛의 투과율은 가시광선 영역(파장 380~780nm)에서 0.003%(D4.5), 적외선 영역(파장 780~1400nm) 0.5%(D2.3) 이하입니다.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하는 필터는 태양관측 시 위험할 수 있습니다.
*참고 : D(density) 값은 투과율의 역수를 상용로그값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예를들어 빛의 투과율이 10%, 즉 1/10이라면 D1, 0.1%(1/1000)라면 D3가 됩니다. D 농도 값이 클수록 빛의 투과율이 낮습니다.
▲ 여러가지 필터의 투과율(출처 : http://eclipse.gsfc.nasa.gov/SEpubs/20030000/text/section3.html)
태양관측 전용 필터는 주로 유리나 얇은 플라스틱 필름에 알루미늄 같은 금속을 코팅하여 만드는데,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적외선, 자외선 영역까지 충분히 차단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태양을 관측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뿐만 아니라 광학적 품질까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장하고 있으므로 선명한 관측에도 도움이 됩니다. 시판되고 있는 제품으로는 Baader AstroSolar film, SolarSkreen, Thousand Oaks Polymer Plus 등이 있습니다. 이들 전용필터는 천체망원경 전문점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싼 편입니다(Baader AstroSolar film의 경우 A4용지 크기에 7~8만원 정도). 그러나 필름을 작게 잘라 안경처럼 만든 제품은 시중에서 몇 천원 정도면 구할 수 있으므로 부담이 덜합니다.
용접할 때 쓰는 보호 필터도 태양관측용 필터로 좋습니다. SN(Shade number) 14정도 되는 보호필터면 충분한데, 없는 경우 수치가 낮은 것을 여러장 겹쳐서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SN 6짜리와 SN 8짜리를 겹쳐서 사용하면 SN 14와 동등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SN 14 한 장을 쓸 때보다 화질이 눈에 띄게 저하된다는 점은 감수해야 합니다. 용접용 보호필터는 철물점이나 용접장비를 취급하는 곳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면, 망원경을 이용하여 관측할 경우에는 태양관측 전용필터를 반드시 대물렌즈 쪽에 붙여서 써야한다는 점입니다. 접안렌즈 쪽에 붙이면 고온으로 인해 필터가 녹아내리거나, 녹지 않더라도 렌즈 또는 거울이 모아주는 빛으로 인해 유해한 광선을 충분히 막아주지 못합니다.
태양을 관측할 때 흔히 쓰는 플로피디스크나 그을린 유리, 현상된 필름, CD나 DVD, 사진용 ND 필터, 편광(PL) 필터, 망원경 접안렌즈에 붙여 쓰는 형태의 태양필터 등은 태양관측용으로 쓰기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이들 제품은 구하기 쉬워서 흔히 이용하지만, 눈부심만 막아줄 뿐, 적외선 영역을 제대로 막아주지 못하기 때문에 장시간 관측 시에는 망막에 화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망원경을 이용할 때는 절대 사용하면 안됩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CD/DVD는 알루미늄 코팅이 되어있어 적외선 영역까지 막아주지만, 코팅의 두께가 매우 얇아서 안전한 수준까지 차단하지는 못합니다. 실내에서 조명등을 보았을 때 전구를 볼 수 있는 정도의 투과율을 보여준다면 안 쓰는 것이 맞습니다. 플로피디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상된 흑백필름이나 컬러필름을 이용하여 태양관측을 하기도 하는데 역시 적외선 차단 능력이 떨어지므로 태양관측에 부적합합니다. 특히 크로마제닉 필름(컬러필름용 C-41 현상액을 이용하여 현상을 하는 흑백필름)이나 컬러 네거티브 필름처럼 은(silver)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필름은 적외선 차단 능력이 매우 떨어지므로 쓰면 안됩니다. 사진용 ND 필터, 편광(PL) 필터도 마찬가지로 가시광선 영역만을 차단하기 때문에 부적절합니다.
접안렌즈에 붙여 쓰는 형태의 태양필터는 저렴한 천체망원경에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태양관측에는 쓰지 않는 게 좋고, 꼭 써야한다면 대물렌즈 쪽 지름을 5cm 이하로 줄인 후에 써야합니다. 대구경 망원경에 사용할 경우 한 점에 모인 태양빛으로 인해 가열되어 관측 도중에 필터가 파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천문현상과 함께 태양 관측의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태양관측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눈의 안전을 꼭 챙겨야한다는 점은 잊지 마세요!
*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 http://transitofvenus.nl/wp/observing/eye-safety/
- http://eclipse.gsfc.nasa.gov/SEpubs/20030000/text/section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