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인 카사이 GS-114CC 경통 실험을 위해 촬영했습니다.
예보와는 다르게 시상이 꽤 좋은 편이었던 덕에 망원경의 성능을 확인하기 좋았습니다.
GS-114CC는 전통적인 카세그레인식 반사망원경입니다.
특징으로는 상대적으로 평탄한 상면, 카본 소재 경통, 쿼츠로 만든 고정밀 반사경, 주경/부경 유전체 코팅(반사율 99%), 듀얼 스피드 포커서입니다. 주요 소재가 모두 열팽창률이 낮은 재료라 퇴근 직후의 촬영처럼 빠른 촬영이 필요한 상황에 대응하기 좋지 않을까 싶어서 들였습니다. 사양표를 보면서 작은 망원경에 좀 과해 보이는 고급 소재와 사양을 꾹꾹 눌러담은 것이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고급스런 사양이 좋은 망원경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사용 결과 열적응(냉각)이 막스토프에 비해 빠르긴 하고, 열적응에 따른 초점 변화가 거의 없어서 좋긴 합니다. 다만 열팽창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경통의 온도와 기온이 비슷해질 때까지는 대류가 심하게 일어나서 상의 품질을 떨어뜨리는지라, 냉각에 20분 정도가 필요하긴 했습니다(냉각 시간이 기대했던 것보다는 조금 더 길었습니다). 앞이 열린 경통이라 막스토프보다는 대류가 더 심하기도 하고요.
망원경의 성능은 광학계만 보면 괜찮은 편입니다. 지름을 기준으로 44%에 이르는 차폐율 때문에 대비가 상당히 낮아지긴 합니다만, 선명도는 좋은 편입니다. 회절고리도 원형으로 잘 떨어지고 분해능도 구경에 걸맞는 수준을 보여줍니다.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거울의 파면오차가 1/6람다 이내인데요, 충분히 수긍할만한 성능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망원경을 좋은 망원경이라고 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허술한 접안부(거친 포커싱, 지나치게 짧은 초점 조절 범위, 큰 유격 등. GS옵틱스에서 만든 여러 크레이포드식 접안부를 써 봤지만, 그 가운데 단연 최악입니다), 지나치게 접안부 쪽으로 쏠린 무게 중심, 경통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긴 백포커스 길이(155mm), 여유가 없는 주경의 차광판 설계 등 기계적 완성도는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균형감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우수한 광학계를 허술한 경통에 실어 놓았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접안부는 보수를 해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만들어 놓았지만 바탕이 불량하다 보니 사용감은 떨어집니다. 전에 마련한 스보니 MK105와 이 망원경, 둘 가운데 하나만 남겨두게 될 텐데, 조금 더 써 보면서 결정을 해야겠습니다.
사진은 달은 8일 저녁에, 목성과 토성은 자정 무렵에 찍었습니다.
시상은 양호한 편이었지만, 달은 촬영 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고도가 약 13도에 불과한 시점이라 선명도가 뛰어나진 않습니다. 베란다에서 찍기도 했고요. 결과물은 3장 모자이크입니다. 목성과 토성은 자정 무렵 밖에 망원경을 설치해서 촬영했습니다. 시상은 대체로 안정된 편이었습니다. 다만 결과물은 노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노이즈가 많은 편입니다. 목성은 1분짜리 영상 8장을, 토성은 2분짜리 영상 4장을 디로테이션 했습니다.
- 촬영 일시: 2024. 9. 8. 자정 무렵(목성, 토성), 2024. 9. 8. 19시 무렵(달)
- 촬영 장소: 대전
- 망원경: Kasai GS-114CC
- 보조렌즈: (목성, 토성) 셀레스트론 2배 바로우렌즈, (달) 보조렌즈 사용 안 함
- 가대: Skywatcher AZ-GTi 경위대
- 카메라: ZWO ASI585MC
- 소프트웨어: ASICAP, AutoStackkert 4, Photo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