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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변측후 단자 1664년 12월 28일(현종 5년 11월 12일 기해) 기록에는 다음 내용이 있습니다.


"밤 9시 경(밤 2경 1점)에 혜성이 남동쪽(손방)에서 하늘 끝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얼마 뒤 구름이 하늘을 덮어 관측할 수 없었다. 밤 0시 경(3경 2점)이 되어 구름이 사라진 후 상세히 관측하니 정수(井宿) 27도와 호성 가운데 있었고, 북극과의 거리는 115도였다. 형체와 색깔은 어제 그대로이고 꼬리의 자취는 달빛에 가리어 조금 엷어진 듯하다. 밤 3시 경(4경 말) 달이 진 후 다시 관측하니 길이와 폭이 그대로이며 그 끝은 북쪽을 가히키고 조금씩 동쪽으로 향했다."


이 기사에 등장하는 혜성은 C/1664 W1 혜성입니다. 17세기 중반에 나타난 대혜성으로 1664년 12월 29일에는 지구에서 0.17AU까지 접근했던 혜성입니다. 지구와 가깝고 혜성이 밝아서 관측환경은 매우 좋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밝기도 매우 밝아서 12월 20일에 이미 시리우스(천랑성)만큼이나 밝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입니다. 지구와 더욱 가깝게 접근한 28일은 더 밝게 보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달이 점차 밝아지고 있던 시점이라 그런지, 밝기는 계속 비슷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성변측후 단자의 다른 날짜 기록을 볼 때, 꼬리의 길이도 매우 길어서 30~40도에 이르렀던 것 같습니다. 


test8716.gif 

 (1664년의 대혜성이 지구와 가장 근접했을 때의 궤도 위치)


이 혜성은 초반부터 밝기 때문인지, 별자리와 함께 혜성이 그려져 있는데, 12월 28일의 기록에는 아래와 같은 그림이 실려 있습니다.


c1664w1.jpg 

그림에서 왼쪽이 성변측후단자에 실린 그림이고, 오른쪽 그림은 성도 프로그램으로 그 때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본 모습입니다. 혜성의 위치는 기록과 잘 일치합니다. 문제는 꼬리의 방향인데요, 성변측후단자의 기록과 성도 프로그램으로 재현한 모습에 매우 큰 차이가 납니다. 성변측후단자의 기록이 정확하다면, 성도 프로그램의 별자리 동정이 잘못되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겠지요(성도 프로그램에서는 꼬리의 방향을 3차원 공간에서 태양의 반대쪽 방향으로 향한다고 가정하고 그립니다).


* 꼬리의 방향은 이후의 기록과 비교해보면 성도에서 그리고 있는 것과 비교해 반시계 방향으로 약 10도 정도 차이가 납니다.


[참고자료]

1. 관상감이 기록한 17세기 밤하늘(기상청 발행, 한국기상기록집 3, 2013)

2. JPL Small-Body Database Browser : http://ssd.jpl.nasa.gov/sbdb.cgi

3. Cometography : http://cometography.com/orbits_17th.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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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현진 2014.08.05 20:00

    좀전까지 성변측후단자 기록을 살펴보다가 실제 혜성 궤도가 궁금해서 찾다보니 창환님 홈페이지에 오게 되었습니다. 깔끔하게 분석/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성변측후단자에 기록된 혜성 꼬리는 아마도 먼지꼬리일 것이기 때문에 혜성이 태양으로 향하는 방향에 대해 반대 방향으로 더 기울어지게 됩니다. 이와 별개로, 태양에 대해 항상 반대방향에 놓이는 꼬리는 이온꼬리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저 10도의 차이가 이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 profile
    창환 2014.08.06 21:58

    옛 천문기록에 관심을 가지신 분을 만나니 무척 반갑습니다. 지난해 아이손 혜성을 계기로 성변측후단자에 있는 혜성 기록 6개 모두에 관한 글을 쓰려했는데, 게으름 탓에 아직 하나도 쓰지 못하고 있네요.

    혜성 꼬리는 변수가 워낙 많은 편이라 사실 실제로 어떻게 보였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기록으로 보아 이 혜성은 1997년의 헤일-밥 혜성이나 1996년의 햐쿠타케 혜성과 맞먹는 장관을 보여주었을 것 같습니다. 접근 거리로 보아 아마도 햐쿠타케 혜성과 느낌이 더 비슷했겠지요. 꼬리의 방향은 본문에선 10도라고 적어 놓았지만 지금 보니 숫자를 잘못 입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으로 대충 보아도 10도보단 훨씬 클 것 같아요. 밝은 먼지꼬리는 변수가 많아서 어떻게 보였을지 알기 어렵지만, 각도 차이가 제법 커 보이긴 합니다.

    사실 신법천문학 시대의 별자리는 관련 자료가 많아서 동정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구밥천문학 시기의 별자리는 각각의 별의 좌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서 동정이 쉽지가 않아요. 이 시기의 사람들이 어떤 하늘을 보았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그걸 온전히 살려내는 건 어려운 문제 같아요. 

    옛 천문학에 관한 이야기가 있으면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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