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0년쯤 전에 네트워크 컴퓨터(NC)라는 컴퓨터가 잠깐 등장했던 적이 있습니다. 실용화되지는 않았고 개념 제품이 조금 나오는 정도로..
지금의 개인용 컴퓨터(PC)처럼 대부분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가진 컴퓨터를 가정에 두는 것이 아니라, 성능은
떨어지지만 단말 기능은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컴퓨터를 두고, 실제의 작업은 단말기로 연결된 서버 컴퓨터로 하는 방식의
컴퓨터였습니다. 당시에 이 개념이 제시되었을 때에는 단말기의 낮은 가격(실제로는 조금 싼 정도에 성능은 많이 떨어지는
컴퓨터)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 기술이나 기반 시설 부재 등의 제약으로 인해 묻혀 버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가 조금씩 등장하려는 것 같고, 아마 10년쯤 지나면 PC는 사라지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에도 PC는 있겠지만 사용 방식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고(NC처럼 단말기로 사용하는 정도?),
PC의 성능은 지금처럼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전산 환경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 같고, 이에 따라 사회 제도도 상당부분 바뀔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몇 가지 가능성입니다.
1) 정보통신 환경에서 이동성이 매우 중요해질 것 같습니다.
2) 정보 저장 매체를 보관하는 장소가 지금처럼 가정, 사무실 등의 개별화된 장소가 아니라 네트워크 서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용자는 언제든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열람할 수 있지만, 어떤 이유로 네트워크 체계가 마비될
경우, 정보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3) 제도적으로 정보의 접근이나 소비자의 권리가 어느 정도 보장되겠지만, 네트워크 서버를 운영하는 기업의 권한이 대폭 강화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소비자에 대한 기업(아마도 대자본)의 통제가 쉬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보 접근,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점적인
기업이 나타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자본을 바탕으로 지배하는 빅브라더의 출현이 가능해질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생깁니다-특정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정보 접근권을 원천적으로 차단당할 수도 있습니다. 정보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적
공공재를 개발해야할지도 모릅니다).
4)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아마 전산망 사이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생존하는 자기 학습 기능을 갖춘
인공 생명체가 자라날 수도 있고, 이런 인공생명이 실제로 출현한다면 네트워크를 두고 인공 생명끼리 서로 경합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 것은 조금 더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만..
**참고로 이렇게 되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나 저작물 무단 도용같은 문제는 원천적으로 차단될 것 같습니다.
(2009-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