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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 프리즘에서 위상차 보정 코팅의 효과

by 창환 posted Jan 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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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쌍안경에 위상차 보정 코팅을 적용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에 관한 글을 게시하였습니다. 점광원의 회절 스파이크 유부에 따라 판정하는 방법이었는데, 편광판을 이용한 판별보다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별다른 도구 없이 확인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위상차 보정 코팅과 확인법 ( http://blueedu.dothome.co.kr/xe/astro/23338 )

그러나 이 방법은 프리즘의 가공 정밀도가 낮아서 생기는 회절 스파이크와 루프 프리즘의 위상차로 인해 생기는 회절 스파이크를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위상차 보정이 되었더라도 프리즘의 가공 정밀도가 낮다면 판정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또한 회절 스파이크는 루프 프리즘의 위상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프리즘의 가공 정밀도가 낮은 루프선에서 비롯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저 또한 광학 전공자가 아니라 이 부분을 명확히 결론내리기 어려웠고, 위상차 보정 코팅과 관련된 구체적인 자료도 찾아보기 쉽지 않았으므로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위상차 보정 코팅이 적용된 것과 적용되지 않은 두 종류의 90도 정립프리즘을 이용하여 위상차 보정의 효과를 실측하여 비교하였습니다. 90도 정립프리즘은 아미치 프리즘(amici prism)을 사용하며, 하나의 루프면이 있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루프 프리즘입니다. 쌍안경에서 주로 쓰는 루프프리즘과는 다르지만, 위상차 보정에 관한 내용은 근본적으로 동일합니다. 

실험에 사용한 장비입니다.

20240101_165905.jpg
(그림 1) 실험에 사용한 정립프리즘. 왼쪽이 Acuter Voyager 80Mak 번들 90도 정립프리즘, 오른쪽이 eFrantis 고급형 90도 정립프리즘.

- 프리즘: 편광판을 이용하여 위상차 보정 코팅 적용 여부를 확인

 1. 위상차 보정 코팅을 적용하지 않은 제품: eFrantis 고급형 90도 정립프리즘(31.7mm 규격)
 2. 위상차 보정 코팅을 적용한 제품: Acuter Voyager 80Mak 번들 90도 정립프리즘(31.7mm 규격)
- 망원경: Skywatcher 66mm ED 굴절망원경(초점거리 400mm)
- 바로우렌즈: 스보니 3배 바로우렌즈, 셀레스트론 2배 바로우렌즈
- 카메라: ZWO ASI585MC
- 광원: 인공별로 만든 점광원

실험은 두 가지로 구성하였습니다. 첫 번째는 망원경의 전체 구경을 이용한 실험이고, 두 번째는 구경을 12mm로 줄인 실험입니다. 첫 번째 실험은 고분해능 상태에서 점광원의 회절상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으로, 실제 관측 상황을 반영합니다(고분해능 실험). 두 번째 실험은 망원경의 광학 분해능을 프리즘의 제작 정밀도보다 크게 낮춰 다른 요인을 배제하고, 위상차 보정 코팅의 효과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저분해능 실험). 실험의 목적은 각각의 실험 앞 부분에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였습니다. 

먼저 루프프리즘의 루프 각도 허용 오차와 위상차 보정 코팅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겠습니다. 

루프프리즘에서 루프 부분의 각도는 정확히 90도가 되어야 합니다. 각도 오차가 크면 상이 겹쳐보이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90도로 정확하게 가공하기란 불가능하므로 약간의 오차를 허용하는데, 망원경이나 쌍안경에 쓰는 프리즘은 허용 오차가 2초 이하입니다.

(루프 프리즘이 더 비싼 이유는) 프리즘 계, 특히 루프 부분을 포로 프리즘의 허용오차(10분)보다 300배나 더 높은 정밀도(루프 부분에서 2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This is because the prism system, particularly the roof itself, must be made to a much higher tolerance (2 arcsec for the roof) than is acceptable for Porro prisms (10 arcmin), that is, 300 times as precise.

                               - Stephen Tonkin(2007), Binocular Astronomy, 17쪽

루프 각도 오차가 90도에서 3~4초 이상 벗어나면 이중 상이 생기므로, 제조사는 이 각도의 허용오차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If the roof angle deviates more than 3 or 4 arcseconds from 90° a double image is seen, so manufacturers place a tight tolerance on this angle.

  - Roger W. Sinnott(2006), Why do the best roof-prism binoculars need a phase-correction coating?, Sky and Telescope, https://skyandtelescope.org/astronomy-resources/astronomy-questions-answers/why-do-the-best-roof-prism-binoculars-need-a-phase-correction-coating/

위상차 보정 코팅의 효과는 대비와 선명도가 향상된다 정도로 막연하게 설명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몇 가지 자료입니다. 

대비와 해상도가 루프선에 수직인 방향으로 대략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고, 별은 각각의 접안렌즈에 하나 씩의 회절 스파이크를 보여준다. 낮은 배율에서도 대비의 감소를 볼 수 있다.  
You get about half the theoretical contrast and resolution in a direction perpendicular to the roof line, and a star shows a single diffraction line in each eyepiece. Even at low magnification, you can see the loss of contrast.

  - Roger W. Sinnott(2006), Why do the best roof-prism binoculars need a phase-correction coating?, Sky and Telescope, https://skyandtelescope.org/astronomy-resources/astronomy-questions-answers/why-do-the-best-roof-prism-binoculars-need-a-phase-correction-coating/

이 효과는 루프선에 수직인 방향으로 대비와 해상도를 감소시켜 포로프리즘 정립광학계에 비해 열화된 상을 만든다. 루프선의 회절 효과는 밝은 점광원에 의해 만들어지는 루프선 수직 방향의 회절 스파이크로 볼 수도 있다. 
This effect reduces contrast and resolution in the image perpendicular to the roof edge, producing an inferior image compared to that from a porro prism erecting system. This roof edge diffraction effect may also be seen as a diffraction spike perpendicular to the roof edge generated by bright points in the image. 

  - 위키백과 영문판, Roof prism 항목의 Phase correction 문단, https://en.m.wikipedia.org/wiki/Roof_prism

후지논 사의 2015년 프리젠테이션은 위상차 보정 코팅의 효과를 스파이크 유무로 간략하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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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후지논의 2015년 프리젠테이션(출처: https://www.slideshare.net/ChrisRoyal2/bino-presentation2015 )

한편 1950년에 미국광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은 회절상의 비대칭 효과는 루프 각도가 완벽히 90도인 경우에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설명합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위상차를 보정(금속 반사 코팅 적용)할 경우 가공 정밀도가 낮은(루프 각도의 오차가 큰) 프리즘도 회절상의 비대칭이 크게 감소하며, 완벽하게 가공된 프리즘일지라도 위상차를 보정하지 않으면 회절상의 비대칭 효과가 나타납니다. 이 논문은 회절 스파이크에 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지만, 루프 프리즘의 위상차에 의한 화질 저하는 프리즘의 가공 수준과 무관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A. I. Mahan and E. E. Price(1950), Diffraction Pattern Deterioration by Roof Prisms, Journal of the optical society of America, Volume 40, 664-686)

이번 비교 실험에서도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고분해능 실험: 망원경 구경이 66mm인 상태로 측정

고분해능 실험은 고분해능 상태에서 점광원의 회절상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으로, 실제의 관측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다만 이 경우 망원경의 분해능은 1.76초로 루프프리즘의 허용 정밀도(2초)보다 높습니다. 따라서 프리즘 가공 오차가 실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고분해능 실험은 초점상과 초점 내외상을 촬영했습니다. 초점 내외상은 프리즘의 가공 정밀도를 비교하기 위해서 촬영했는데, 실험에 사용한 두 프리즘에서 서로 비슷한 결과를 얻었으며, 둘의 가공 정밀도는 유사한 수준으로 위상차 보정 코팅의 영향을 확인하는 용도로는 큰 무리가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초점상은 에어리디스크와 회절고리의 모양을 이용하여 위상차 보정 코팅의 효과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촬영했습니다. 위상차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적인 조건이라면 초점상은 가운에데 원형의 에어리디스크가 있고, 회절고리는 에어리디스크에 중심을 둔 동심원 모양으로 분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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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고분해능 실험 결과. 프리즘 품질 확인을 위해 초점 내외상을 함께 촬영

그림 3은 고분해능 실험 결과입니다. 위상차 보정 코팅 적용 프리즘은 에어리 디스크가 원이고, 회절고리는 나비 날개 모양입니다. 회절고리의 모양이 일그러지는 원인이 위상차 코팅 품질 문제인지, 프리즘 가공 오차 때문에 생기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가공 오차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루프선에 수직인 회절 스파이크도 나타납니다. 위상차 보정 코팅 미적용 프리즘은 에어리디스크가 타원이고, 회절고리는 나비 날개 모양입니다. 회절고리의 모양은 위상차 보정 코팅 적용 제품과 거의 동일합니다. 루프에 수직인 회절 스파이크가 강하게 나타납니다(사진보다는 안시에서 차이가 두드러짐).

나비 날개 모양으로 일그러진 회절 고리는 위상차 보정 코팅 적용 여부와는 무관하게 나타나므로, 프리즘 가공 오차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회절 스파이크 역시 코팅 여부와 무관하게 발생합니다. 그러나 회절 스파이크의 강도는 크게 차이가 나며, 위상차 보정 코팅을 적용한 쪽에서 훨씬 약합니다. 따라서 스파이크는 프리즘 가공 오차와 위상차 모두가 원인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저분해능 실험을 통해 규명할 수 있습니다. 


(2) 저분해능 실험: 망원경 구경을 12mm로 줄여 측정

저분해능 실험은 망원경의 광학 분해능을 프리즘의 제작 정밀도보다 크게 낮춰 다른 요인을 배제하고, 위상차 보정 코팅의 효과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분해능이 9.67초로 프리즘 제작 허용 범위보다 훨씬 낮으므로 광학계의 정밀도가 낮아 생기는 영향을 줄일 수 있고, 회절상 열화의 원인이 위상차 때문인지 프리즘의 가공 오차(루프 각도 오차) 때문인지 인지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저분해능 실험에서 회절상이 일그러진다면 주된 원인은 위상차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프리즘의 정밀도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므로 초점상만 촬영하였습니다. 

실험 결과는 그림 4와 같습니다. 그림에서 아래는 노출 시간과 영상처리 방법을 다르게 하여 어두운 회절무늬가 더 잘 보이도록 처리한 것입니다. 위상차 보정 코팅 적용 프리즘은 에어리디스크가 원형이고, 회절고리도 동심원입니다. 회절 스파이크가 사진, 안시 모두에서 관측되지 않습니다. 반면 위상차 보정 코팅 미적용 프리즘은 에어리디스크가 타원이고, 회절고리는 약간 늘어진 동심원입니다. 회절 스파이크는 사진과 안시에서 모두 나타납니다.

fig2.png
(그림 4) 저분해능 실험 결과. 구경을 12mm로 줄여서 초점상을 촬영

이 실험을 통해 고분해능 실험에서 나타나는 나비 날개 모양의 회절고리 왜곡은 프리즘 가공 오차에서 비롯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루프선에 수직인 회절 스파이크는 프리즘 가공 오차가 부분적인 원인으로 작용하지만(고해상도 실험), 저해상도 실험에서 위상차 보정 코팅을 적용한 프리즘에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루프프리즘의 위상차도 발생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1) 위상차 보정의 효과는 명백합니다. 위상차 보정 코팅을 적용할 경우 해상도 향상(원형의 에어리 디스크)과 대비의 향상(원형의 에어리 디스크, 사라지는 회절 스파이크)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다만 해상도 향상은 에어리 디스크를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정도의 고배율이 아니면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사람 눈의 분해각을 1분이라고 가정하고(시력 1.0의 기준) 40mm 구경의 망원경을 사용한다면, 약 20배의 배율에서 에어리 디스크 식별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배율이 낮은 일반적인 쌍안경으로는 루프프리즘의 위상차로 인한 해상도 저하를 확인하기 어려우리라 판단됩니다. 

(3) 대비 향상은 회절 스파이크와 에어리 디스크가 모두 영향을 주며, 회절 스파이크로 인한 빛번짐은 눈으로 쉽게 식별 가능하므로 해상도 향상보다는 체감하기 쉬울 것입니다. 특히 시야 내의 명암 대비가 크고, 대비가 낮은 부분이 어두운 쪽에 있거나(밝은 쪽의 빛이 만드는 스파이크가 어두운 쪽을 가림), 아주 어두운 상황(S/N비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스파이크가 화면 전체에 퍼지는 경우)에서 식별력 차이가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늘어지는 에어리 디스크가 대비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리라 예상하는데, 시야 내의 장면이 망원경의 분해능에 가까운 주파수의 질감이라면 극적인 대비 저하를 일으키겠지만, 실험실 밖에서 이러한 상황을 얼마나 자주 만날지는 의문스럽습니다. 

carlzeiss.png
(그림 5) 위상차 보정 코팅 적용 여부에 따른 해상도 차이. 왼쪽은 1/2 파장의 위상차를 보정하지 않은 경우, 가운데는 1/2 파장의 위상차가 있고 초점을 0.5디옵터 어긋나게 한 경우, 오른쪽은 위상차 보정 코팅을 적용한 경우(출처: 칼 자이스, A. Weyrauch, B. Dörband: P-Coating: Improved imaging in binoculars through phase-corrected roof prisms., https://www.juelich-bonn.com/jForum/file.php?9,file=1967,filename=P-Belag_Weyrauch.pdf )

(4) 회절상의 영향이 큰 고배율 행성 관측 때에는 위상차 보정에 따른 해상도와 대비 차이를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프리즘 가공 정밀도가 낮아 생기는 화질 저하도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고배율 행성 관측 시 정립프리즘 활용을 권장하지 않으며, 천정미러를 주로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