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사진을 촬영할 때에는 럭키 이미징(lucky imaging) 기법을 많이 씁니다. 대기의 흔들림을 극복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사진을 대량을 촬영한 다음(보통 동영상으로 기록), 선명한 사진만 골라서 모은 평균 영상을 만들고, 이를 선명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을 쓰면 망원경의 이론 분해능에 가까운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태킹(stacking)은 럭키 이미징 과정에서 영상을 모아서 평균을 내는 과정입니다. 이때 어느 정도로 많은 사진을 쓸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스태킹 과정 전에 사진의 품질이 어떤지는 미리 계산을 하고, 선명한 순서대로 줄을 세운 뒤에 상위 몇 분위까지의 사진을 사용해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낼지를 정하는 것입니다.
보통 상위 몇 % 혹은 상위 500프레임 같은 식으로 지정을 해 줍니다. 상위 1% 정도만 쓰면 천문대에서 쓰는 초대형 망원경(미터급 구경)으로도 이론치에 해당하는 분해능을 얻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1m 이상의 구경으로 촬영한 행성상은 우주탐사선으로 촬영한 사진에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로 선명도가 높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만 쓰기는 어렵습니다. 항성처럼 변화가 작은 천체라면 문제가 없지만, 목성이나 토성처럼 빠르게 자전하는 천체는 분 단위로 모양이 바뀌기 때문에 오랫동안 촬영하기 어렵습니다. 고속 카메라를 써서 촬영매수를 늘이고, 디로테이션(derotation) 같은 기법도 사용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품질을 높이려고 채널별로 따로 촬영을 하면 시간이 3~4배가 더 걸리기도 하지요. 그래서 결국 훨씬 너그러운 기준을 주어야 하는데요,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까요? 10%면 충분할까요? 30%? 아니면 50%?
스태킹 과정에서 적은 양의 사진을 쓰면 선명해지긴 합니다. 고품질의 영상만 사용하므로 당연한 이야기힙니다. 그러나 단점도 있습니다. 평균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쓰는 샘플이 적으므로 노이즈가 많이 남는다는 점입니다. 고속으로 촬영을 하려면 노출시간을 출이고 감도를 높여서 사진을 찍는데, 이 경우 센서의 노이즈가 많아집니다. 노이즈는 다수의 사진을 이용해서 스태킹을 하면서 상쇄하는데(여러장의 이미지를 쓰면 SN비가 높아집니다), 소수의 고품질 영상으로는 노이즈를 없애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이즈를 줄이기 위해 다수의 사진을 쓰면 선명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쓰는 자료가 많아지는 만큼 노이즈가 줄어들지만 품질이 떨어지는 사진을 많이 쓰게 되므로 선명도도 같이 떨어집니다. 결국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합니다.
시상이 좋은 날은 50% 이상을 써도 선명도에 악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선명한 사진을 쉽게 다량으로 얻을 수 있는 덕분인데요. 이런 환경에서는 선명하면서도 부드러운, 뛰어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상이 떨어지면 사용하는 사진의 양을 줄여야 합니다. 아니면 선명도를 어느 정도 희생할 수밖에 없지요.
예시를 봅시다. 사진은 2021년 10월 19일 촬영했습니다. 갑자기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면서 시상이 꽤 나빠진 상태였습니다. 나쁜 상태가 지속된다기보다는 평균적으로는 나쁘지만 순간순간 꽤 괜찮은 시상이 나오는 날이었습니다. 시상이 선명할 때 찍은 사진만 고른다면 제법 괜찮은 해상도를 얻을 수 있는 날이었지요. 투명도는 일관되게 좋은 상황이라 촬영은 영상 처리 과정에서 여러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노출 시간을 짧게 주었습니다.
결과물을 볼 차례입니다. 품질 기준에 따른 선명도를 확인하기 위해 4가지 조건을 주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인쪽부터 상위 15%, 30%, 50%, 70%로 주고 처리한 결과입니다. 위는 웨이블렛 필터(선명함을 높이려고 쓰는 수학 기법 중 하나)를 가볍게 준 사진, 아래는 강하게 준 사진입니다.
(셀레스트론 C5 XLT 망원경, 바더 하이페리온 2.25배 바로우렌즈, ASI224MC 카메라)
선명도 차이는 쉽게 드러납니다. 웨이블렛 필터를 약하게 주는 경우, 상위 15%만 사용한 사진이 확실히 더 선명합니다. 세부 특징이 눈에 띄게 더 잘 나타납니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기준을 낮춰서 사진을 많이 썼는데, 점점 부드러워지고, 상세한 특징이 희미해집니다.
아래는 선명도를 강하게 준 사진입니다. 여기에서는 15% 사진의 단점이 눈에 띕니다. 더 선명해진 것 같지만 노이즈가 너무 심해서 보기에 좋지 않습니다. 세부 특징도 노이즈에 가려져 잘 안 보입니다. 바로 오른쪽의 30% 사진은 훨씬 좋아 보입니다. 사용한 사진이 2배이므로 노이즈는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강하게 준 웨이블렛 필터 덕에 세부가 잘 드러나면서도 노이즈가 그리 심하지는 않습니다. 50% 사진은 노이즈가 더 적습니다. 세부는 30% 사진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여전히 잘 살아 있습니다. 70%를 쓴 사진은 노이즈가 확연히 적습니다. 그러나 원본의 품질이 떨어지는 까닭에 세부도 조금 흐려집니다.
최종 결과물을 만든다면, 품질 기준은 상위 40%, 선명도는 위와 아래의 중간 정도로 고를 것 같습니다. 30%는 노이즈가 많고 50%는 세부 묘사가 아쉽습니다. 웨이블렛 필터는 위의 사례처럼 약하게 주면 자연스러운 모습이 보기에 좋지만 세부가 조금 덜 살고, 아래처럼 강하게 주면 세부 묘사는 좋아지지만 인위적인 가공 흔적이 남습니다.
실제 촬영에서 선명도 기준은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시상이 나쁜 날은 기준을 엄격하게, 시상이 좋은 날은 너그럽게 정하면 됩니다만, 보편적인 기준값은 없습니다. 저는 시상이 나쁘면 30% 정도, 보통인 날은 50%, 아주 좋은 날은 60~70% 정도로 줍니다. 그러나 상황은 매번 다르므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여러 기준을 설정해서 비교한 다음, 적절한 값을 골라주어야 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요. 결국 노력을 얼마나 들이냐에 따라 품질이 달라집니다.
영상 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인용 장비로도 뛰어난 품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적당한 성능의 컴퓨터와 필요한 소프트웨어(무료 소프트웨어인 AutoStackkert가 가장 널리 쓰입니다)를 준비한 다음, 촬영을 하고 가공하면 되지요. 이전에 비하면 무척 간편합니다.
부디 좋은 하늘이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