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시사

2018년 5월,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by 창환 posted May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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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중국은 핵 동결만으로도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관리만 해 준다면,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을 것이다. 남한은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비핵화 이후에나 경제 협력이 가능하겠지만, 중국은 막강한 국력에다 국경을 접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미국의 압력을 어느 정도 무마하거나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당장 지원할 수 있으며, 거기엔 핵 포기 같은 불안한 대가가 필요치 않다고 거래를 제안했을 것이다. 아마 비핵화 후 남한과의 경제 협력은 남북 간 경제 격차로 인해 북한이 남한에 끌려가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북한의 취약한 자존심과 불안감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북미협상이 잘 타결될 경우 북한이 급격히 친미화하는 것을 막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일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포위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현재 중국으로써는 거의 유일한 숨구멍이다. 

 

아마도 중국은 북미 협상 또는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고도 비교적 안전하게 나갈 수 있는 출구를 보여주었을 수도 있다. 북핵은 여태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장치였지만 어쩌면 중국은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미국을 제어하는 장치로 북핵을 다루는 방법을 시험하려 들지도 모른다. 트럼프의 불안정한 정치적 입지를 이용할 수도 있고, 미국과의 긴장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것이 중국 내의 반발을 잠재우기에 더 좋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국제 정세를 험악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하겠지만, 중국으로써는 국내의 불만을 누르기 위해서 당분간 국제관계의 냉각기를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더구나 북한이 확실히 친중 태도를 유지하도록 지킬 수 있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남한을 견제하기도 수월하니까. 중국은 현상 유지가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근거가 없는 추측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대응은 심상치가 않다. 김정은으로서도 북한 내의 강경파를 달래기 쉽고 포기할 것이 적은 방법에 상당한 매력을 느낄 것이다. 문재인의 해법과 시진핑의 해법을 비교하면서, 어떤 선택을 할지 망설이고 있을 것이다. 미국과의 협상에 진력하지 않더라도 다른 선택지가 생겼으니. 북한은 북미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바를 중국의 제안과 비교할 것이다. 김정은은 여전히 북미협상을 선호하겠지만, 치르는 비용이 낮은 다른 방법이 생겼다(대가도 적지만 위험부담도 적은 방법). 미국과의 협상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남측에 대한 압박의 배경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한국, 미국이 북한에 더 큰 대가를 지불하도록 종용하는 방법으로 쓸 수도 있으니).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을 모두 상대해야 하고 미국까지 설득해야 하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를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 첨언 : 남한에 대한 압박은 북미회담 전 남한의 태도를 떠보는 의중도 있을 것이다. 북한도 잘 안다. 남한보다 약소하다는 사실을. 그래서 본격적인 관계 개선 전, 남측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북측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사 표현일 거다. 아마 북한은 어려운 과제를 던지면서, 남측이 북측을 어떻게 대하는지, 자신을 존중하는지(남측 제도상 어렵다는 말 대신, 행동으로 보이는 시늉이라도 하는지), 실리보다는 '태도'를 살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