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오기 전날 밤에 찍은 화성과 토성입니다.
밤에 구름 사이로 한동안 모습을 드러낼 때 찍은 것인데, 투명도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시상은 아주 안 좋았습니다.
잠시 초점이 맞는듯 보이다가 완전히 흐려지는 게 반복되고, 바람 때문에 적도의가 많이 흔들리기도 했어요.
그치만 요즘 맑은 하늘을 보기가 워낙 어려운지라, 촬영해봤습니다.
촬영에 쓴 장치는 여느 때처럼, 127mm 반사굴절 망원경과 E-M5 카메라, GSOptics 3배 바로우렌즈입니다.
이번엔 크기 확대를 위해서 카메라에 있는 2배 디지털줌 기능을 썼는데, 크기가 커지긴 하지만, 화질은 오히려 손해라는 느낌이 들어요.
먼저 토성입니다.
이 사진은 디지털줌 없이 그냥 찍은 사진입니다. 감도는 ISO 3200입니다. 시상이 워낙 좋지 않았기도 했지만, 아직 행성촬영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지라 흐릿합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찍은 사진보다도 질이 좋지 않은 걸 보니 시상이 더 좋았더라면 더 선명하게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화성은 처음 찍어봅니다. 화성은 현재 겉보기지름이 9"밖에 되지 않으므로 2배 디지털줌 기능을 써서 크게 찍었습니다. 크기는 작지만 단위면적단 밝기는 토성보다 더 밝아서 감도는 ISO 2000 입니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는 않습니다. 사진은 화성의 모습을 컴퓨터로 재현한 것과 비교해봤습니다. 왼쪽이 사진이죠.
사진에선 표면무늬를 거의 알아볼 수 없습니다. 극관조차 보이지 않아요. 재현에서 볼 수 있듯이 사진을 찍을 때 별다른 무늬가 없는 쪽이기도 했고, 극관도 그리 잘 보이는 위치는 아니지만, 흔적이라도 남아있어여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렇지만 사진에선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크기가 작고 시상이 좋지 않은데다, 표면 무늬도 별 특징이 없는 시점이라 실패한 것 같습니다. 대신 회절고리가 찍혀있긴 하네요.
촬영 시각의 화성과 토성의 겉보기 지름을 비교하면 차이가 굉장히 크게 납니다.
척도를 같게 조절한 다음 둘을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태풍이 지나도 한동안 날씨가 좋진 않을 것 같지만, 시상과 투명도가 좋은 날 다시 촬영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