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2011 L4(PanSTARRS) 혜성(2013년 3월 15일 19시 20분, 가시광+근적외)
3월 15일, 다시 혜성을 관측했습니다. 날씨는 11일보다 조금 더 좋았지만, 높은 구름이 약간 떠 있었고, 지평선 부근의 연무는 강도는 11일보다 약했지만, 여전히 있었습니다. 관측장소는 낙동강 강변입니다.
이 날은 혜성의 고도가 11일보다 더 높아서 관측 조건이 좋아진 상태였고, 혜성의 밝기도 1등급 초반대의 밝기를 유지하고 있었으므로, 날씨만 좋으면 충분히 관측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지나는 상층운과 지평선 부근의 연무로 인해서 혜성을 눈으로 볼 수는 없었습니다. 쌍안경으로도 보이지는 않더군요. 대기중의 미세먼지가 많은 우리나라 봄철의 특성상 혜성의 고도가 더 높아질 때까지는 맨눈 관측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괜찮은 관측을 하려면 맑은 날 서해의 바닷가나 1000m가 넘는 산의 정상으로 찾아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아마 보현산 천문대나 소백산 천문대 정도라면 관측환경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관측환경이 양호한 북반구의 다른 나라에서는 혜성을 맨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고 쌍안경을 쓰면 1~2도 정도의 밝은 꼬리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은 이맘때쯤 남서류를 타고 중국에서 다량의 미세먼지가 실려오는데다, 이동성 고기압이 영향을 주면서 대기 하층이 안정되어 지상에서 발생한 먼지가 확산되지 못해서 맑은 날에도 대기의 투명도, 특히 고도가 낮은 곳의 투명도가 매우 떨어지게 됩니다. 고도가 낮은 곳의 천체를 보기에는 매우 나쁜 조건이 되죠.
혜성은 사진으로 담는 정도로 만족을 해야했는데, 가시광선만 담을 수 있는 일반 사진기로는 거의 점 형태로만 찍혀서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시 적외선의 힘을 빌려야했다는 이야긴데요, 아래에 가시광선으로만 찍은 사진과 가시광선+근적외선으로 찍은 사진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 왼쪽이 가시광, 오른쪽이 가시광+근적외
두 사진은 촬영시각, 노출시간이 모두 다릅니다. 가시광선 사진이 몇 분 더 일찍, 2초의 노출로 찍은 사진이고 적외선을 함께 쓴 사진은 노출 시간이 6초입니다. 혜성의 모습이 달라진 것은 노출 시간 차이 때문이고요(일주운동). 사진은 서로 밝기가 비슷하도록(가시광선 사진은 밝고 대비가 높게, 적외선 사진은 좀 더 어둡게) 보정을 했습니다.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 차이는 분명합니다. 지평선 부근의 산을 보면 사진 왼쪽 아래에 있는 가야산 봉우리가 가시광 사진에는 희미하게 겨우 보이지만, 적외선 사진에서는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하늘에도 적외선 사진에는 가시광선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는 별이 찍혀있지요. 다만, 촬영이 가능한 파장역이 다르다보니, 적외선 사진에 찍힌 별의 밝기는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과는 다릅니다. 적외선 복사량이 많은 붉은색 별이 눈으로 볼 때보다 훨씬 밝게 찍힙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함께 촬영할 수 있도록 개조한 사진기로 찍은 사진으로 관측을 했는데요, 그 결과물입니다.
▲ C/2011 L4(PanSTARRS) 혜성(2013년 3월 15일 19시 23분, 가시광+근적외)
아래 사진은 이 사진을 약간 다른 방식으로 처리한 것입니다. 혜성 부분은 오른쪽 윗 부분에 확대를 하여 붙여두었습니다. 일주운동으로 인해서 코마가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약간 길어졌지만, 꼬리도 찍혀 있어 혜성의 전체 형태를 파악할 수는 있습니다. 사진에 찍힌 꼬리의 길이는 0.6도 정도입니다. 관측환경이 괜찮으면 주의깊게 관측할 경우, 맨눈으로도 1도 정도의 꼬리를 볼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짧게 찍힌 것이죠.
▲ C/2011 L4(PanSTARRS) 혜성(2013년 3월 15일 19시 23분, 가시광+근적외)
아래 사진은 위의 사진에 찍힌 천체에 이름표를 달아놓은 것입니다. 주변에 찍힌 천체의 밝기와 비교하여 혜성의 밝기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주의할 점이라면 적외선 사진이라 사진에 찍힌 별의 밝기는 눈으로 본 것과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사진에 있는 δ Pcs와 ε Pcs는 각각 4.4등급, 4.3등급의 별입니다. HR 213과 307, 330은 5.5~6.0등급의 어두운 별이고요, HR103 역시 5.1등급의 어두운 별입니다. 자세히 보면 HR 103 왼쪽 아래에 6.1등급의 HR 106도 찍혀 있습니다. 이 별들과 비교해보면 혜성의 밝기가 꽤 어두워 보입니다. 4.4등급의 δ Pcs보다는 확실히 밝아 보이지만, 4.3등급의 ε Pcs보다는 훨씬 어두워 보이고, 5.1등급에 불과한 HR103보다도 어두워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4.3등급과 4.4등급 사이에 혜성이 있다면 이해가 되겠는데, 4.4등급의 별보다 밝은 5.1등급의 별보다도 어두워 보인다니.. 그리고 혜성의 고도를 감안할 때 0.1등급의 차이가 저렇게 벌어지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죠.
해답은 간단합니다. δ Pcs와 ε Pcs는 분광형이 K인 별이고, HR103은 M형인 별로 주된 복사를 적외선으로 방출되는 별이죠. 최대 복사 파장이 ε Pcs는 613nm, δ Pcs는 716nm, HR103은 831nm로, HR103은 적외선으로 보면 가시광선으로 볼 때보다 훨씬 밝은 별이 되는 것이죠. 이 점은 혜성과 비슷한 고도에 있는 γ Peg을 보아도 알 수 있는데, 이 별은 2.8등급의 B형 별인데, 139nm의 자외선에서 가장 밝게 빛납니다. 눈으로 보면 약간 푸른색으로 보이는 별인데, 대기산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지평선 부근에서 밝기 감소도 심한 편이죠. 그러나 이 사진을 찍은 사진기의 특성으로 인해 γ Peg 별은 눈으로 보는 밝기와 큰 차이가 없이 찍힙니다. 혜성은 2.8등급의 이 별보다는 훨씬 밝게 찍힌 것을 알 수가 있죠. 혜성에 적외선 영역의 빛이 조금 더 많다는 것을 가정하더라도 밝기 차이는 꽤 큰 편으로, 혜성의 밝기는 어두워도 2등급보다는 밝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외국의 관측에 따르면 대략 1등급 정도라고 함).
아래 사진은 위의 사진을 찍고 5분이 지난 시점에서 찍은 가시광 사진입니다. 대기의 산란에 취약하여 화질이 훨씬 떨어집니다.
▲ C/2011 L4(PanSTARRS) 혜성(2013년 3월 15일 19시 28분, 가시광)
사진으로만 보면 4.4등급의 δ Pcs보다도 어두운 것처럼 보이지만, 혜성의 고도가 훨씬 낮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슷한 고도에 있는 2.8등급짜리 γ Peg별과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혜성쪽이 훨씬 밝죠. 사진에서는 혜성의 표면 밝기가 별보다 조금 더 밝고(카메라의 밝기 표현 특성으로 보아 1.2~1.3배), 면적 차이가 3배 정도로 γ Peg별보다 1.4등급 정도 더 밝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혜성의 밝기는 약 1.3~1.4등급 정도로 1등급 내외라는 외국의 관측 결과와도 대체로 일치합니다.
혜성은 앞으로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고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밝기는 서서히 어두워집니다. 3월 하순까지도 3등급보다 밝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날씨가 좋을 때, 여유를 두고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